매일신문

'아들 납치' 보이스 피싱 막은 경찰관의 기지

"아들이 납치" 당황하는 주부 현장에 있던 경찰 발빠른 대처

경북경찰청 김철균 경사의 발 빠른 대처로 전화 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었다.
경북경찰청 김철균 경사의 발 빠른 대처로 전화 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었다.

아들을 납치했다는 거짓 협박 보이스 피싱(전화 금융사기)을 한 경찰관이 발 빠른 대처로 막아냈다.

26일 오전 9시 30분쯤 대구 북구 동변동 한 아파트 가정집에 전화벨이 울렸다. 박모(50'여) 씨가 수화기를 들자, 낯선 남자가 "당신 아들이 머리를 많이 다쳤다"고 한 뒤 전화를 바꾸었다. "엄마 나 머리를 다쳐 끌려 왔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나 죽을 것 같아 엄마"라는 영락없이 아들(21)의 우는 목소리였다. 박 씨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손발이 떨렸다.

남자는 박 씨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대라며 윽박지른 뒤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동시에 연결한 남자는 박 씨가 다른 곳에 연락을 할 수 없게 했다. 남자는 "2천만 원을 보내라.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허튼수작을 하면 아들을 죽여 버린다"고 협박했고, 박 씨는 집에서 나와 현금자동지급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날 9시 50분쯤 경북경찰청 교통계의 김철균(42) 경사가 아파트 앞을 지나다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박 씨를 발견했다. 한쪽 귀에 휴대전화를 댄 박 씨는 김 경사와 눈이 마주치자, 한 손에 든 A4용지로 입을 가리면서 '말을 못 한다'는 시늉을 했다. 김 경사가 다가가 "왜 그러세요"라고 묻자, 박씨는 '아들이 붙잡혀 갔어요'라고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순간 김 경사는 보이스 피싱임을 직감했다.

김 경사는 박 씨에게 휴대전화를 끊도록 한 뒤 박 씨의 아들과 통화를 시도했다. 김 경사의 전화를 받은 박 씨의 아들은 그 시간 학교에 멀쩡하게 있었다.

김 경사는 "노인들이 전화 금융사기에 당한 사례를 많이 봐왔다. 모르는 사람이 전화로 돈을 요구할 때는 당황하지 말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반드시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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