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집 요리가 주는 기쁨

요즘 외식하기가 무섭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음식가격도 부담이지만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원산지 표기 등 식재료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는 데도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따라서 음식가격이 싸면 은근히 식재료에 불신이 생기고 가격이 비싸면 가계에 부담이 돼 이래저래 외식하러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것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

물론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 쉽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취업을 하고 특히 결혼해서 출가하고 나면 집에서 차린 음식을 먹을 사람으로 남편과 단 둘이 남게 된다. 둘만을 위한 식탁을 준비하다 보면 식재료의 낭비도 많고 음식을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도 줄다보니 점점 요리하는 것이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 집에서 요리를 즐기는 습관이 건강뿐 아니라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소개하고자 한다. 요리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습관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장수와도 관련이 있다면 조금 더 솔깃하지 않을까.

대만과 호주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65세 이상의 대만 노인을 대상으로 라이프 스타일과 장수 간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결과, 요리를 자주 하는 습관이 생존율을 높인다는 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요리 습관만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사실 집에서 요리를 하게 되면 요리를 한다는 행위 자체보다 부가적인 건강 습관들이 뒤따른다. 음식 재료를 사기 위해 걷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거나 실제 마트에 장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행위에서도 운동을 할 수 있다.

거기에 화학조미료도 덜 사용하게 되고, 게다가 '무슨 음식을 해 먹을까'하는 생각과 맛에 대한 기대감 등이 노인들에게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할 것 같다. 우리 주변에 요리가 취미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남자들도 제법 늘고 있다. 더 이상 부엌은 여성들만의 가사공간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부엌은 남편과 아내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함이든 취미가 되었든 부엌에서 함께 요리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부의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식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을 넘어 집에서 부부가 함께 요리함으로써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장수까지 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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