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부정류장, 외국인 근로자 해방구로

4,5년전부터 공동체 형성, 주말이면 상점들 문전성시…서구 "다문화거리

대구 북부정류장 주변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
대구 북부정류장 주변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다문화 특화거리로 조성될 예정인 대구 북부정류장 앞 상가 거리.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북부정류장 주변이 외국인 거리로 변하고 있다. 경북 지역으로 오가는 시외버스 승객들과 칠곡'왜관 등지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이 북부정류장을 이용하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고 있지만 4, 5년 전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주말이면 외국인을 상대하는 상점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외국인을 위한 것 다 있어요"

이달 26일 저녁 북부정류장 입구 골목. 폭 20m 정도 되는 골목 양쪽에는 상점 50여 곳이 늘어서 있었다. 'WORLD MART' 'ASIA PHONE MART' '中國食品' 등 이곳 상점 2개 중 1개는 외국어로 된 간판이다. 서울 이태원, 경기도 안산 원곡동과 비슷한 풍경이 북부정류장에 형성되고 있는 것. 인근 비산염색공단이나 서대구공단 등지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칠곡, 구미, 김천 등지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북부정류장에서 모임을 갖다 보니 자연스레 이들을 상대하는 상점이 들어선 것이다.

1년 전 한국으로 온 리 후 뚜앙(25'경북 칠곡군 왜관읍) 씨는 "북부정류장에 오면 베트남 친구들을 만나고 고향에서 먹던 과자나 향신료를 구할 수 있어 매주 금요일 회사 동료와 함께 온다"고 말했다. 중국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남정심(43'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6년 전 문을 열 때만 해도 3개밖에 없던 외국인 상점이 지금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공단 근로자나 외국인 투자자, 이주여성 등 오는 손님 유형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선불폰 판매' '핸드폰 여권 개통 가능' 등 동성로 통신골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휴대폰 판매점들도 있다. 휴대폰 매장을 찾은 미쉘(24'여'필리핀) 씨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친구집에 가져갈 음식을 사가려고 여기에 왔다"며 "외국인이 쓰기에 편한 휴대폰도 살 수 있다기에 구경하고 있다"고 했다.

아랍권 국가의 전문 음식점 앞에서는 6, 7명의 무슬림이 하얀 모자를 쓴 채 거리가 떠들썩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10년 전 파키스탄에서 온 한야신(38'달서구 죽전동) 씨는 같은 파키스탄 출신인 무하마드(42) 씨가 운영하는 가게를 매일 찾는다. 한야신 씨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귀화까지 했지만 이곳에 오면 고향에 온 듯하고,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문화 특화거리 조성 날개

대구 북부정류장 일대가 외국인 정주가 늘고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다문화 특화거리로 조성된다.

대구 서구청의 '와글와글 정겨운 터미널 정주 공간 조성사업'이 최근 행정안전부 주관 '2012 생활형 지역 공공디자인 공모사업'에 선정돼 다문화 육성 거점지역으로 개발된다.

서구청은 북부정류장 부근의 도시디자인 경관을 개선하고 주민과 인근 공단에 근무하는 외국인을 위한 문화'생활공간을 조성한다. 또 다문화 복합쉼터 공간 조성, 외국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로드아트 거리도 조성된다.

무슬림 이샤니(32) 씨는 "타향살이의 설움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 자주 오는데 북부정류장 일대가 다문화 특화거리로 조성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35년째 약국을 운영하는 서만성(65) 씨는 "외국인 특화거리가 조성되면 대구의 명물이 될 것"이라며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주 여성보다 이주 남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편인데 한국어 교육이나 법률 상담, 환전 등 금융업무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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