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은 예전에 비해 덩치는 커진 반면 근력과 뒷심은 약해졌다.
"키 크고 덩치도 산만 한데 턱걸이 1, 2개를 겨우 하는 아이들이 많다. 철봉에 1분 이상 매달릴 수 있는 아이가 몇 되지 않는다"고 초'중학교 교사인 친구들이 혀를 내두른다. 키 크고 살찌고도 힘은 없다는 것이다. 종이호랑이인 셈이다.
한국이 조만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을 동시에 충족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보도가 최근에 나왔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다음 달 23일쯤 세계 7번째로 20(K)-50(M)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한국이 1987년 일본, 88년 미국, 90년 프랑스와 이탈리아, 91년 독일, 96년 영국에 이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진정한 선진국이냐는 점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내실이 꽉 찬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기엔 허점이 너무 많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것만 편식해 덩치만 크고 힘은 약한 청소년들이 종이호랑이이듯, 중앙 집중과 불균형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은 '서울만 선진국'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950년대 이후 60년간 쌓여온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 발전,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낳은 빈부 양극화는 정치권이 풀어야 할 국가적인 최대 숙제로 떠올랐다. 비대해진 중앙 집중 현상,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를 제쳐 두고 벌써 선진국이라고 축배를 들기에는 너무 이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그동안 거듭된 과식으로 소화불량에다 배탈이 날 지경이다. 대한민국이 허울 좋은 종이호랑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에 집중된 영양을 지방으로 골고루 돌려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추풍령 남쪽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지방의 목소리에 귀를 막았다.
올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잠룡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북 세력은 몰아내야 한다"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다" "보수꼴통으로 7인회가 구성됐다"는 등 벌써부터 여야 공방전이 치열하다. 대선을 앞두고 상대의 폐부를 찔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얄팍한 정치적 책략의 하나로 보인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추종하거나 미국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 모두 남북 관계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자명한 사실을 두고 마치 국가적 중대사를 논하는 것처럼 서로 헐뜯고 싸우는 것은 말장난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구태의연한 말싸움이 도대체 균형발전이나 양극화 해소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이념 논쟁이나 '마녀사냥식' 사상 검증은 정치'사회학회 토론회나 술자리 안주로 주고받으면 충분할 터이다. 정치권이 한가한 이념 논쟁이나 헐뜯기에 매달리는 사이 정작 대선을 앞두고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양극화 해소 등과 관련한 주요 정책은 후보들 공약이나 쟁점에서 빠지거나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대통령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 대선은 정당이나 지역을 뛰어넘어 국가 발전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대 이벤트다. 국민들이 지역주의와 중앙집권적 사고방식에 빠져 대선 후보가 어느 지역 출신이냐만을 따진다면 지방의 미래는 없다. 대구경북은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주요 현안에서 지역 출신 대통령과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상당수 정치인이 지역에서 태어나기만 했을 뿐 서울에 모든 기반을 갖고 정착한 '서울 TK'이거나 지역 출신의 '수도권론자'였기 때문이다. 지역이나 이념이 아니라, 지방분권이냐 중앙집중이냐를 대선의 주요 화두이자,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정 후보가 수도권중심(중앙 집중발전)론자냐, 아니면 지방분권(지역 균형발전)론자냐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에 이런 플래카드가 내걸렸으면 좋겠다.
"너그(수도권/부자)는 마이 묵었다 아이가. 이젠 우리(지방/서민)도 좀 묵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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