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응급실은 신음중] <상> 북새통 응급실- '너도나도 큰 병원… 수용치 넘었다'

올해 환자 20∼30%나 증가, 침상당 환자수 등 전국 최고

올 들어 지역 대형병원 응급실에 평균 20% 이상 환자가 더 몰리면서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응급실에 비상이 걸렸다. 한 대학병원 응급구조사가 피를 흘리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올 들어 지역 대형병원 응급실에 평균 20% 이상 환자가 더 몰리면서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응급실에 비상이 걸렸다. 한 대학병원 응급구조사가 피를 흘리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27일 오후 대구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좁지 않은 공간이지만 복도까지 환자용 간이침대가 차지했다.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환자, 걱정스레 지켜보는 보호자, 침상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니는 의사와 간호사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응급실 입구 환자분류소 한쪽에 있는 구조대 침대에는 한모(78) 씨가 누워 있었다. 그는 대퇴부 골절상을 입고 영천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옮겨졌다. 보호자 정모(77'여) 씨는 "처음 간 병원에선 투석장치가 없으니 이곳으로 가라고 했다"며 "지병이 있는 환자인데 아무도 본 척도 안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한 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받은 이모(73'여) 씨는 전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X-선과 MRI 촬영을 했다. 디스크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감염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고, 이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대학병원은 접수된 환자가 많다며 무작정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하루가 꼬박 지나 MRI촬영을 했지만 36시간이 지나도록 진료는커녕 원인도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 했다.

◆올 들어 응급실 환자 1만 명 늘어

대구 시내 종합병원 응급실이 지난해 말부터 갑자기 몰려드는 환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대구지역 5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무려 6만5천7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천800여 명이 늘었다.

1월에 2천700여 명이 늘었고 4월에도 2천600여 명이 증가하는 등 5개 병원을 통틀어 응급실을 찾은 일평균 환자 수는 지난해 1월 455명에서 올해 1월엔 543명으로 20%가량 급증한 것. 이 때문에 병원마다 매월 응급실 내원환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북대병원은 월평균 4천 명을 넘겼고, 대구파티마병원도 4천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매월 2천 명 안팎이던 영남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4월엔 2천800여 명까지 치솟았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1월 한 달에만 4천400여 명이 응급실을 찾았다. 지난해 1월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 한 해 경북대병원 응급실 환자는 모두 4만4천여 명이었지만 현재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5만 명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응급환자가 급증하는 데 대해 의료계도 의아해하고 있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매년 응급실 환자가 늘기는 하지만 이처럼 꾸준히 가파르게 증가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응급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심각

대구지역 대형병원 응급실은 이미 '과포화 상태'를 넘어섰다. 2010년 한 해 동안 전국 80개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를 거쳐 간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지역 5개 대형병원 응급실은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응급 상태'로 진단됐다.

환자들이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은 경북대병원이 평균 1천59분(17.7시간)으로 전국 1위에 올랐다. 2위는 서울대병원으로 823분(13.7시간)이었다. 이어 영남대병원(621분'6위), 계명대 동산병원(614분'7위), 대구파티마병원(531분'10위), 대구가톨릭대병원(498분'11위)으로 전국적으로도 상위에 랭크됐다.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3대 중증질환도 마찬가지다. 경북대병원이 평균 8.58시간으로 2위, 영남대병원이 4.75시간으로 7위에 올랐다. 응급실 침상당 환자 수도 계명대 동산병원이 2.21명으로 1위, 경북대병원(18.2명) 4위, 대구파티마병원(1.41명) 6위, 대구가톨릭대병원(1.32명) 7위, 영남대병원(1.09명) 17위였다. 이런 수치들을 종합한 '응급실 과밀화지수'를 보면 전국 80개 센터 중 24개 센터가 과밀화지수 1.0을 넘어섰고, 지역 5개 대형병원 응급센터가 모두 여기에 속했다.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류현욱 교수는 "지난해부터 응급실 내원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비응급환자의 경우 지역 및 권역응급센터 이용을 자제하고 야간응급실을 운영하는 1'2차 병원을 찾는다면 응급환자에 대한 치료와 대응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용'전종훈'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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