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과밭 '우박 쇼크'… 10분만에 한해 농사 망쳐

성주 35ha 초토화…농민들 망연자실

성주군 가천면 중산리 주민들이 우박 때문에 상처 입은 사과나무 가지를 내보이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우박을 맞은 열매는 7, 8곳이나 상처가 나 상품 가치를 완전히 상실했다. 정창구기자
성주군 가천면 중산리 주민들이 우박 때문에 상처 입은 사과나무 가지를 내보이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우박을 맞은 열매는 7, 8곳이나 상처가 나 상품 가치를 완전히 상실했다. 정창구기자

"갑자기 손톱만 한 우박이 쏟아져 사과 열매를 망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이 참담한 심정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합니까?"

28일 오후 3시 40분부터 강한 비바람과 함께 10여 분간 쏟아진 우박으로 성주군 가천면 중산리 일대 32농가의 사과밭 35㏊가 초토화됐다.

농민들은 "사과농사일 가운데 가장 힘든 적과(열매 솎아내기) 작업을 겨우 다 했는데, 한순간의 우박으로 한 해 농사를 다 망쳐버렸다"며 망연자실해했다. 29일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우박이 지나간 과수원은 마치 기관총으로 난사한 듯 초토화돼 있었다. 탁구공 크기의 열매 하나에 7, 8곳이나 흠집이 생겨 성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뭇잎과 가지도 성한 데가 없을 만큼 찢어지고 구멍이 났다.

농민들은 혹시나 열매 하나라도 건질 수 있을까 봐 가지를 뒤적여 봤지만 쓸 만한 사과를 하나도 찾아내지 못한 채 울먹였다.

김용이(76'가천면 중산리) 씨는 "내 평생 과수농사를 해 왔지만 이번처럼 우박 피해가 심했던 적은 없었다"며 "이제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 마을 윤을주 이장은 "이대로는 농사짓기가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주군은 이번 우박으로 가천'수륜'금수'벽진면 지역 사과 35㏊와 자두 25㏊에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29일 피해현장을 돌며 농민들을 위로한 뒤 "정밀 피해조사 실시, 긴급 병충해 방제, 응급복구에 나서고, 피해농가 지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주'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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