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 상당수가 폐기종 등 각종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피해보상 대책 마련과 연료단지 이전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연탄공장 등 연료단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먼지가 폐질환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0일 대구가톨릭대병원과 안심2동 주민들에 따르면, 올 1~2월 안심연료단지 인근 50~80대 주민 187명의 흉부 X-선 촬영 결과 35명(18.7%)이 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 이 중 진폐증이 의심되는 환자도 있었고, 10명은 폐기종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폐기종은 분진 등 화학물질이나 대기오염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발병하는 것으로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주민 7명은 폐에 작은 덩어리가 보이는 폐결절로 판정났고, 주민 4명은 폐의 한 부분이 찌그러져 있는 무기폐를 앓고 있었다.
또 16명이 활동성 또는 비활동성 결핵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을 앓고 있는 주민 대부분은 폐기종과 결절 등의 증상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병원 측은 이들 환자들에 대한 정밀검사가 더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X-선 촬영 결과를 판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영상의학과 정경재 교수는 "이번 검사에서 진폐증과 유사한 소견을 보이는 주민이 있는데, 단순 X-선 촬영만으로 이런 질병을 정확하게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30년 이상 연탄공장 주변에서 살아온 것을 감안해 폐질환과 연관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연탄공장에서 뿜어나오는 먼지가 폐질환의 원인으로 밝혀졌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1970년대 초반 연료단지가 조성된 후 40년 동안 이런 먼지에 노출된 탓에 폐질환이 발생했다"며 "이에 맞는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연료단지 내 업주들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하거나 피해보상 소송까지 제기할 움직임이다.
은희진 안심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연탄공장 측이 지금까지 직원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X-선 검사에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며 "대구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연료단지 주변 주민들이 폐질환을 많이 앓고 있다면 심각한 상황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생각보다 주민들의 상태가 심각하다. 주민들과 논의를 거쳐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료공업조합 이기호 상무는 "X-선 촬영 결과를 전해 들은 바가 없고 현재로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객관적인 기관에서 정밀한 조사와 연구검토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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