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학부·학과 통폐합' 갈등 고조

29일 오후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29일 오후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학사조직 개편 공청회'가 열렸지만 대학본부와 관련 단과대학이 엇갈린 소리를 냈다.

경북대의 '학사조직 개편 연구안'을 둘러싸고 해당 단과대학'학부와 대학본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학 본부 측은 "사회 여건 변화에 따른 경쟁력 강화와 교육환경 변화에 맞춰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개편 대상으로 거론되는 단과대학과 학생, 학부모 등은 '일방적인 졸속 개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사조직 개편 주요 내용

경북대가 29일 발표한 '학사조직 개편 연구보고서'는 일부 학과의 폐지'통합'신설 등 광범위한 조직개편안을 담고 있다.

개편안은 ▷글로벌인재학부 폐지 및 자율전공부로 통합 ▷사범대 독어'불어교육 전공의 인문대 통합 ▷사범대 유아교육과 신설 ▷생활과학대, 과학기술대학 중복학과 조정 ▷행정학부의 사회과학대 통합 ▷경영학부의 '경영대학' 독립'신설 등 11개 항목을 제시했다.

글로벌인재학부는 내년부터 모집을 중단하고, 글로벌인재학부와 자율전공부를 합쳐 가칭 '글로벌자율전공부'로 개편해 상주캠퍼스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글로벌인재학부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여서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인재학부 경우 4년간 학비'기숙사비 지원 등 상당한 혜택에도 2년 연속 자연계열 신입생이 미달되는 등 우수학생 유치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

사범대학 유럽어교육학부(독어'불어) 폐지는 교육현장의 수요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독어'불어전공 임용고사가 최근 수년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불어불문학과로 통합하고 그만큼의 정원을 사범대학 신설학과에 배정하자고 제안했다.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신설은 생활과학대학 아동학부 내 아동학전공, 아동가족학전공 간의 유사중복성 해소가 배경이 됐다. 현재 아동학전공은 비사범계열로 유치원 교사자격증 취득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동학전공을 폐지하고 사범대학 내에 유아교육과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

법과대학 폐지 이후 독립학부가 된 행정학부는 주요 국립대들의 추세에 따라 사회과학대학 소속으로 통합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경북대 본부 측은 "이번 학사조직 개편 연구는 경북대가 경쟁력를 갖추기 위해 자구적으로 마련한 것"이라면서 "올해 경북대가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탈락하는 등 재정압박이 거센 만큼 학과 효율성을 높이고 교육수요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합리적 구조조정' vs '일방적 졸속 추진'

29일 오후 경북대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학사조직 개편 공청회'는 대학본부의 개편안을 성토하는 자리로 변했다. 학과 통'폐합 등 각 단과대학의 이해가 첨예한 내용인 탓에 참석한 교수와 학생, 학부모들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글로벌인재학부 학생'교수들은 흰색 머리띠를 두른 채 "개편안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학부가 신설된 지 3년에 불과하고, 첫 졸업생도 배출하기 전에 학부 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라며 "특성과 체제가 전혀 다른 자율전공부로 통합운영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범대 독어'불어교육전공의 인문대학 통합에도 반대 목소리가 쇄도했다. 사범대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독어'불어 교사 수요가 급감했다고 해서 폐과한다는 것은 미래 인재 양성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재 유럽어학부 학생 중에는 영어, 국어 등을 복수전공해 임용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취업률 측면에서도 타 전공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학부 존치를 주장했다. 사범대 유아교육과 신설에 대해서도 "유아교육과 신설은 중등교원 양성기관인 사범대학 운영취지와 어긋나고, 사범대 독어'불어전공 정원 16명을 유아교육과로 전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행정학부의 사회과학대 통합에 대해 학생들은 "학생들의 의견에 반하는 일방적인 조치"라며 반발했다.

대학본부 측은 "학사조직 개편안을 내년도에 적용하려면 6월 말까지는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조만간 학내 여론을 물어 이 안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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