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국의 수묵화는 다층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다. 먹을 머금은 붓의 흔적을 들여다보면 국화, 맨드라미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이미지들이, 실은 인간의 장기가 그 모티브라면 어떨까. 그 사실을 아는 순간 이미지를 다시금 꼼꼼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미지를 인식하는 우리의 인식은 이처럼 얄팍하다.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기억 공작소' 정용국의 전시가 6월 24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열린다.
작가는 수목원의 정원수를 수묵으로 그리면서 인체의 장기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상상이 떠올랐다. 이미지는 의외로 식물이 가진 형태적 맥락과 인간 장기의 맥락이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의 뿌리와 줄기, 가지, 꽃으로 뻗어나가는 식물, 그리고 혈맥과 각종 신경으로 장기가 연결된 이미지는 흡사하다. 다만 어떤 형상으로 이해하고 감상하는 가는 관람객의 몫이다.
작가는 똑같은 사이즈에 그린 개별 이미지 94개를 하나의 띠처럼 이어 보여준다. 전시장 전체를 두르고 있는 일정한 간격의 식물, 또는 인간 장기의 이미지는 작가의 최근 화두 '네트워크'와도 닮아 있다.
"요즘 사람들이 관계 맺는 방식인 블로그 등은 어디에서 출발해서 어디에서 끝날지 모르는 분화된 관계입니다. 이것은 예전의 방식과 크게 달라진 것으로, 인간 장기가 이어지는 방식과도 닮아 있지요. 그렇다면 어떤 '맥락'에 의해 우리의 삶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Anywhere'이다. 제목 그대로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아무데도 없는 어떤 지점'을 작가는 보여준다.
공간 전체를 채워왔던 '기억공작소' 전시의 다른 작가들과 달리 정용국은 작품을 조용히 내려놓음으로써 공간 고유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대부분을 여백으로 남겨두는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선택했다.
한편 '수묵화 표현 기법의 이해'에 대한 작가의 워크숍이 6월 9일 오후 2시 봉산문화회관 강의실에서 열린다. 선착순 10명이 참가할 수 있다. 053)661-3081.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