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Van벽화사업봉사단…뙤약볕서 하루종일 구슬땀 "예뻐진 세상에 보람"

이달 19일 Van벽화사업봉사단이 달성공원 사자우리 벽화작업 후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뻐하고 있다.
이달 19일 Van벽화사업봉사단이 달성공원 사자우리 벽화작업 후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뻐하고 있다.
장해숙 단장
장해숙 단장

"처음엔 유성과 수성 페인트조차 구별하지 못했어요. 회원들도 대부분 미술전공자가 아니라 가정주부였죠. 그러다가 지금은 대형 벽화까지 척척 그려내고, 벽화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됐습니다. 1년 사이 참 많이 발전한 셈입니다."

대구시 (사)동구자원봉사센터 사업의 일환으로 모인 'Van벽화사업봉사단'(이하 벽화봉사단) 장해숙(47) 단장은 힘들었지만 보람도 그만큼 컸던 지난 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Van'은 우리말 '반하다'의 '반'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인 소집단인 '반'이라는 글자에서 따왔다. 지난해 7월 3명이 결성한 벽화봉사단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봉사날로 정하고 현재 정회원 22명(중학생 2명, 고교생 1명, 대학생 4명, 30대에서 50대 전업주부 15명)과 틈틈이 돕는 객원회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회원은 모두 여성들이다.

"회원 중 미술전공자는 한 명 뿐이에요. 나머지는 모두 미술과 무관했던 사람들이죠. 동구자원봉사센터 주부모니터단을 중심으로 '일단 저지르고 보자'며 결성했습니다."

첫 작품은 대구시 동구 안심 제1복지관 창고벽화그리기였다. 이날 회원들은 스케치가 끝날 때까지 무작정 뙤약볕 아래에서 기다려야 했고 그림에 맞는 색을 만들기 위해 여러 종류의 페인트를 시너와 섞느라 진땀을 뺐다.

"말이 벽화그리기이지. 웬만한 장정도 몇 시간 그림을 그리고 나면 녹초가 될 정도로 힘이 들어요. 하지만 다 그린 후 성취감과 주변에서 호응을 보일 때면 보람도 크죠."

동촌 홈플러스 옆 방범초소에 포돌이 그림을 그릴 땐 주민들 중 할머니 몇이서 '미친 것들, 멀쩡한 벽에 웬 낙서냐'고 비아냥거렸지만 그림이 완성된 후 한 할머니께서 아이스크림을 사와 주실 땐 피곤이 눈 녹듯 사라지기도 했어요."

이렇듯 벽화봉사단이 하루 꼬박 온갖 고생을 하며 완성한 벽화는 현재 대구시내 10여 곳에서 행인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이달 19일 달성공원 곰우리와 사자우리에 그린 대형 벽화는 봉사단 최대 걸작에 꼽힌다. 사자우리 벽화는 얼추 높이 3m, 길이 60m의 대작. 이날 정회원과 객원회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꼬박 벽화에 매달렸다.

언제나 먼저 현장을 답사하는 장 단장은 이젠 벽화그리기엔 도(?)가 텄다고 했다. 처음 색 선정과 스케치에 힘이 많이 들었지만 이젠 현장에서 바로 스케치와 색상 선택을 척척 할 정도다.

회원 윤지영(40) 씨는 "따가운 햇볕 아래 하루 종일 서 있는 게 가장 힘들지만 회원 모두 합심해 작품을 완성하고 의뢰인들이 만족할 때는 피로가 싹 가신다"고 했다.

아직 벽화봉사단이 활동하는데 걸림돌이 있다. 회원들이 모두 여성이다보니 무거운 페인트통과 장비들을 옮기려면 힘에 부친다. 키를 훌쩍 넘는 담장을 채색하려면 사다리와 건설용 받침대가 필요한데 이런 장비들이 열악해 높은 곳을 채색하고 나면 어깨와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것.

"이 참에 이런 장비업체가 있다면 저희들에게 제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벽화봉사의 어려움을 잘 아는 장 단장이 댓바람으로 말을 던졌다. 벽화봉사단은 오는 8월까지 그들의 손에 의해 보다 아름다워질 벽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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