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2일(음력 4월 13일)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20주년이 되는 날이다. 1주갑이 60년이니 올 임진년은 7주갑이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임진란 이후 돌아오는 60년마다 국왕이 친히 제문을 지어 공신들에게 제사를 올리게 했다.
그 공신 중에서도 특별한 분이 임진란 당시 영의정으로 도체찰사를 겸하며 전쟁을 지휘했던 서애 류성룡 선생이다. 서애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천거해 왜란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퇴임 후에는 고향인 안동 하회마을로 돌아와 징비록(懲毖錄)을 집필한 멸사봉공의 충신이다.
그래서 임진란 4주갑인 1832년에는 순조가 제물과 제문을 보내 경주부윤으로 하여금 가묘(家廟)에서 제사를 지내게 했으며, 그 60년 후인 1892년에는 고종이 안동부사로 하여금 사당에서 제사를 올리게 했다.
1952년 임진년에는 6'25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대통령이 경북도지사를 제관으로 하회에 보내 가묘에 치제(致祭)케 했다. 6월 2일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에서 봉행하는 서애 류성룡 선생 사제사와 안동시 탈춤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임진란 7주갑 기념식 행사,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리는 창작 오페라 '아! 징비록'은 그 같은 역사적 맥락을 잇는 것이다.
국가적인 행사로 열리는 이번 사제사와 기념식은 서애가 남긴 징비록을 되새기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징비록이란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豫其懲而毖後患)는 시경(詩經) 구절에서 따온 이름 그대로, 서애가 후세들에게 남긴 뼈저린 반성문이다.
서애는 당시 조선이 얼마나 동북아 정세에 어두웠고, 전란에 대한 준비에 소홀했으며, 국론마저 분열되어 있었는지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또한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통곡으로 일러주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같은 무대에서 주인공만 그 후손들로 바뀌었을 뿐 비슷한 변주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병자호란이 그랬고, 경술국치가 그랬고, 6'25전쟁이 그랬다.
비록 우리의 국력이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신장되었다고는 하나, 분단국의 현실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혼란스러운 내부 정국을 살펴보면 사뭇 섬뜩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과거에 대한 성찰과 내일을 위한 대비가 없는 나라의 역사는 뼈저린 실패를 되풀할 뿐임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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