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통 늘어나니… 아파트 행사 자발 참여도 부쩍
아파트는 각양각색 사람들이 어울리며 사는 곳이다. 아파트가 '이웃'을 만들기 어려운 삭막한 도시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정이 흐르고 따뜻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들도 있다.
'동아리'를 결성해 함께 즐기면서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커뮤니티(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아파트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이웃과 친하게 지내요"
대구 북구 침산동 명성푸르지오는 등산, 탁구, 사진, 테니스, 여행 등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그래서 이 아파트는 동아리를 통해 어느 아파트 단지보다 정겨운 이웃사촌을 만들고 있다.
등산회 회원 김은미(45'여) 씨는 "예전에는 얼굴도 모르고 살았는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웃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며 "동아리 회원은 물론 이웃 집안 경조사를 챙겨 주며 한 식구처럼 지내면서 이웃 간 정을 다시 알게 됐다"고 했다.
달서구 월성동 월성푸르지오의 경우 색소폰, 기타, 댄스, 역사연구, 사진, 독서, 외국어 등 무려 10여 개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 동아리 사무실과 도서관에는 매일 동아리 활동이 있을 정도다. 동아리 수가 많다 보니 관리사무소에서 모임 날짜를 조정한 것.
윤영현 입주자대표회장은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아파트 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민이 많아졌다"며 "앞으로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타 동아리
월성푸르지오에 사는 회사원 조건천(52) 씨는 화요일 저녁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개인적인 약속을 잡지 않는다. 이날은 일찍 귀가해 아파트단지 내 동아리 사무실로 달려간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기타 동아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기타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만사 제쳐두고 화요일 1시간여 이곳에서 기타를 치는 이 시간이 즐거워요. 이웃들과 함께하는 모임이라 애착이 가요. 그래서 화요일이 기다려집니다."
아직 동아리 이름도 없는 기타 동아리는 지난해 4월 17명으로 시작해 추가 모집을 거쳐 현재 1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회원들의 나이도 30, 40, 50대로 다양하고 직업도 자영업자, 전문직, 주부 등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갖는 모임에선 기타만으로 하나가 된다고 했다. 대부분 회원들이 중'초보 수준이지만, 기타에 대한 열의만큼은 대단하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부터 1시간여 모임을 갖고 있는데 빠지는 회원은 거의 없다. 기타연습이 끝나면 가끔 단지 내 치킨집에서 생맥주 파티를 하며 음악적인 공감대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쌓아가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타 동아리는 이달 5일 어린이날 단지 내 행사에 특별 출연해 주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총무를 맡고 있는 이태영(41) 씨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통기타처럼 이웃끼리 소통하는 동아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댄스 동아리
아파트 주부들이 춤바람이 났다.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그것도 배꼽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벌건 대낮에 온몸을 좌우로 흔드는가 하면, 몸을 꼬고, 비틀고, 점프를 한다. 이달 29일 월성푸르지오 피트니스센터. 주부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10여 명이 모였다. 오전 10시, 음악이 흘러나오자 주부들이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힘에 겨웠는지 시작 10분도 되지 않아 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들은 춤바람 난 아줌마들이 아니다. 아파트단지 내 댄스 동아리 회원들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세 번(화'목'토요일) 모여 춤을 춘다. 이들이 추는 춤은 일명 '방송댄스'다. 아이돌 가수들이 추는 춤이라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총무 정소란(45) 씨는 춤을 배운 후 아이들과 부쩍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같은 주제와 관심사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 것. 감추고 싶은 이야기까지 딸아이가 털어 놓더라는 것.
"나도 신나고 즐겁지만 우선 아이들과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소녀시대, 씨스타, 포미닛, 시크릿, 티아라, 애프터스쿨, 카라, 미쓰에이 등 여자 아이돌 가수는 물론 딸아이가 좋아하는 씨엔블루, 샤이니,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등 남자 아이돌 가수 춤도 배우고 있어요. 가르치기보다 공동 관심사에 대해 말하니 말이 통해요. '소통'이 되더라고요." 정 총무의 댄스동아리 예찬론이다.
회원들의 동아리 가입 이유는 다양하다. 이은정(45) 씨는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박주연(36) 씨는 둘째를 만들기 위해 춤 동아리에 가입했다. 강현정(29) 씨는 이웃과 어울리기 위해 동아리에 들었다. "이사 온 지 1년 반이 됐는데,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이제는 회원들과 언니 동생 사이로 잘 지내게 됐어요."
춤 연습이 끝나면 인적 네트워크 시간이다. 아이들 이야기며 신랑 이야기며, 수다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회원들 집 방문은 일상이 됐다. 그만큼 친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명성(?)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벌써 구청과 아파트 행사 등에 여러 번 출연했다. 박은경(40) 회장은 "조만간 '우리도 끼워달라'는 남편, 아이들과 함께하는 춤 교실도 계획하고 있어요. 그러면 더 화목하고 재밌는 동아리가 되겠죠."
★달서구 5인이상 동아리, 구청에서 강사료 지원
# 모임장소도…내달 13일까지 접수
대구 달서구는 동아리 활동 활성화와 학습공동체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평생학습동아리 배움나누기 사업 공모를 하고 있다. 신청자격은 평생학습센터에 등록되어 있고, 달서구민 최소 5인 이상으로 구성된 동아리와 6개월(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학습 및 자원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동아리이어야 한다.
또 지역 내 자생적인 동아리 가운데 학습동아리로 인정되는 동아리면 된다. 그러나 영리, 정당 및 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거나 대학생으로 구성된 동아리, 타 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 동아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업에 선정되면 사업 규모 및 성격에 따라 강사비와 학습장소 등이 지원된다.
공모기간은 다음 달 13일까지며, 사업신청서와 동아리 회원명단(기존 동아리는 사업 신청서 및 계획서 각 1부, 동아리 구성 현황 및 활동실적, 동아리 회원명부)을 구청 평생교육과에 제출하면 된다.
달서구청 평생교육과 김무웅 씨는 "동아리 회원들이 지식, 재능 등 자체적인 배움에서 그치지 말고 지역 내 부족하고 필요한 분들을 위해 자원봉사 등으로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의 달서구 평생학습과 053)667-3214.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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