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준상(43)은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전국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30%대 후반의 시청률이 가히 기록적이다.
이른바 '국민 남편'. 그의 인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 칸에서도 대단했다. 인터넷과 위성방송의 발달로 프랑스 시청자들도 한국 프로그램을 수월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있는 프랑스 여고생 세 명이 지나가다 저를 보고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반가워요!'라고 했는데 그 친구들이 '저희 프랑스 사람인데 넝굴당 잘 보고 있어요'라고 했어요. 자기 친구들도 같이 본다고 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아주 재밌는 경험을 했죠."(웃음)
제65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 '다른 나라에서'(감독 홍상수)로 칸을 찾은 유준상은 무척이나 즐거운 듯 보였다. '글로벌 스타가 된 것 같다'고 하자 "에이~ 한두 명이 그러는 걸로 무슨"이라고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칸에서 영화 '다른 나라에서'를 본 관객이라면 그에게 빠져든 듯하다. 이달 21일(현지시간) 칸에서 공식 상영된 '다른 나라에서'에서 어수룩해 보이지만 유쾌한 캐릭터를 맡은 유준상은 칸을 흔들었다. 관객들은 상영회 후 그에게 "아이 프로텍트 유"(I protect you)라고 외쳤다. 길거리에서도 남자나 여자든 상관없이 '다른 나라에서'를 본 관객과 마주치면 다들 "아이 프로텍트 유"라고 웃으며 지나갔다.
"아이 프로텍트 유"는 극중 해양구조원으로 나오는 유준상이 전북 부안의 해변마을 모항을 찾은 안느(이자벨 위페르)를 만났을 때 사용한 대사다. 수영을 할 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너를 보호해 주겠다"고 한 유준상의 '작업 멘트' 가운데 하나. 한국인 특유의 딱딱한 발음으로 공식 상영에서도 관객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그의 얼굴을 아는 관객들에게는 '유행어'가 됐다고.
'다른 나라에서'는 각기 다른 세 명의 안느(이자벨 위페르)가 해양구조원(유준상) 등 주변 사람들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프랑스의 대표적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참여해 화제를 모으더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비록 '다른 나라에서'는 칸에서 수상을 하진 못했지만 유준상의 인기와 인지도가 꽤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준상은 "마흔 살이 넘어 이게 무슨 복인가 싶다"며 웃었다. 즐거운 기억은 또 있다. "극 중(다른 나라에서) 텐트 안에서 '잇츠 레이닝(It's raining)~'이라며 노래 부르는 신이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의 레드카펫 행사를 할 때 비가 내려 너무 좋았다. 또 공식 상영에서 내가 노래 부르는 신이 끝나자마자 전체 관객의 박수가 나왔다. 감독님도 진풍경이라고 했는데 그때 너무 행복했다"고 회상하며 좋아했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와 '북촌방향'에 이어 세 번째 칸을 찾은 유준상. 홍 감독 영화에만 6번째 출연 한 그는 "영화를 찍을 때는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며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을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스스로 질문하는 화두들이 상당히 많다고 만족한다. 영화를 보면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발견하는 것들이 좋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극중 스님(도올 김용옥)이 '아이 때와 지금이 변한 게 있느냐'는 대사를 건넬 때 유준상은 "울컥했다"고 말했다. "툭 던지는 대사가 나한테 하는 질문 같았다"며 "감독님 작품은 중요한 것들이 요소요소마다 숨어있다. 발견하는 부분이 볼 때마다 다르다"고 감탄했다.
홍 감독은 촬영 당일 아침에 배우들에게 대본을 줘 즉흥적이라고도 표현된다. 독특한 스타일로 소문났다. 영어 대사가 많았음에도 달라질 게 없었다.
"감독님과 방을 같이 썼는데 아침에 자고 있을 때 담배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아, 감독님이 깼구나'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줄담배를 태우시더라고요. '헉'할 정도로 담배 연기가 자욱했죠. 영어대사도 컴퓨터에 들어있는 것을 빼서 쓰는 게 아니라 직접 아침에 쓰시더라고요."(웃음)
다음 작품도 홍상수 감독이 부르면 언제든 '콜'일까? 유준상은 "촬영 도중에 인터뷰를 했다면 다시는 안 한다고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끝나면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다. 또 해야겠다 싶다"고 웃었다.
바쁜 드라마 스케줄이지만 '넝굴당' 제작진의 배려로 칸에서 체류할 수 있었던 그는 "배우들과 작가들의 배려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됐다"며 "김남주 씨 등 '넝굴당' 팀이 죽어날 텐데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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