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연극의 3대 요소는 배우, 관객, 희곡이 되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희곡의 자리에 무대를 넣어 연극의 3대 요소라고 말하고 희곡은 연극의 4대 요소에 포함시킨다. 어쨌든 연극의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앞서 말한 네 가지임에는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무대는 시대에 따라 혹은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가장 많이 변화하고 있는 연극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그리고 우리는 무대를 흔히 극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연극의 무대는 특정한 극장이 아닌 길거리나 야외 등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관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연극의 무대는 실내극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연극무대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실내극장은 일반적으로 프로시니엄 무대(proscenium stage)이다. 프로시니엄 무대는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장소인 무대와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는 객석 사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데 현대의 거의 모든 극장들이 프로시니엄 무대라고 보면 된다. 이는 영화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형태의 극장을 비롯해 관객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원형무대 등 현재와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무대가 존재했다.
물론 현대에도 다양한 형태의 무대가 존재하지만 흔히 극장이라고 부르는 연극무대는 마치 네모난 틀로 찍어낸 것처럼 그 모양이 획일화되어 있다. 사각의 무대는 관객이 바라보는 정면을 제외한 3면이 모두 막혀 있는 박스 형태로 관객과 무대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존재한다. 또한 극장의 크기에 따라 그 거리도 차이가 있다. 우리가 흔히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이라고 구분하는 극장은 그 이름처럼 무대의 크기도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러한 극장 크기의 분류는 무대의 크기가 아니라 객석 규모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도 일반적으로 그에 비례해서 멀거나 가깝다.
관객들은 대극장이나 소극장의 차이가 무대와 객석의 크기나 규모의 차이일 뿐 공연되는 연극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대극장 연극과 소극장 연극은 여러 측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대극장 연극과 소극장 연극은 단순히 극장의 규모 차이가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에서부터 연출, 무대장치를 비롯한 연극의 거의 모든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극장의 규모에 따라 배우들의 발성, 표정, 동선 등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소극장 공연에 익숙한 배우들이 대극장 무대에 섰을 때는 기본적인 대사 전달부터 실수를 범하기 십상이어서 관객들은 연극을 제대로 관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반대로 과거에는 주로 대극장 무대에만 섰던 배우들이 소극장 무대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무튼 좋은 배우라면 극장의 규모에 관계없이 그에 맞는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겠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편이긴 하다. 소극장이 활성화되면서 대극장에서 공연할 기회가 거의 없는 배우들이 대극장에 맞는 연기법을 제대로 숙성시키지 못한 결과이다. 뮤지컬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이크를 사용하는 공연이라면 이는 배우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편법인 경우가 많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젊은 배우들의 경우에도 대극장 무대에 설 기회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연극제나 특별한 기획 공연의 경우에 기껏 2, 3일 공연하는 것이 한 해 대극장 공연의 전부이니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문제인 셈이다.
설령 대극장 무대에 익숙한 노련한 한국의 대표적 배우가 공연을 한다고 해도 문제점은 많이 드러난다. 이는 작품 자체가 대극장 무대에 맞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소극장 무대에서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관객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사의 돈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극장을 선택한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소극장 연극과 대극장 연극은 엄연히 다르다. 소극장 연극이 주로 섬세함을 무기로 관객과 호흡하는 작품이라면 대극장 연극은 소극장에서 보여줄 수 없는 각종 무대장치의 활용을 통해 연출가가 의도한 큰 그림을 보여주는 선이 굵은 형태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연극 관객과 제작진 모두 대극장 연극과 소극장 연극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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