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비운의 네팔왕 비렌드라

2001년 오늘,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왕궁에서 왕실 가족 파티가 열렸다. 네팔의 국왕 비렌드라(Birendra)가 왕실의 화합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파티였다. 파티는 화기애애했다. 위스키를 마시던 왕세자 디펜드라(Dipendra)가 갑자기 자리를 떴지만 크게 신경쓰는 이는 없었다.

얼마 후 돌아온 디펜드라는 전투복에 군화 차림을 하고 자동소총을 들고 있었다. 그는 파티장에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국왕 비렌드라와 아이슈와라 왕비, 왕자, 공주 등 9명의 왕족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디펜드라 자신도 총 한 발을 머리에 쏘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뒤 4일 만에 죽었다.

세계 왕실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이 사건에 네팔 국민들은 경악했다. 사건은 디펜드라가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국왕 부부)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발표됐지만 숱한 의문을 남겼다. 더구나 궁정 만찬 참극 이후 비렌드라의 동생 갸넨드라(Gyanendra)가 섭정을 통해 왕위를 물려받으면서 사건 배후에 그가 있을 것이라는 많은 추측을 낳았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갸넨드라는 2007년 12월 국민투표를 통해 왕정이 폐지되면서 왕위에서 물러났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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