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흔 넘겨 세번째 시집…도광의 시인 '하양의 강물'

10년의 치열한 고민

'좋은 시란 발견이 있는 시이고, 감동을 주는 시이기도 하고, 진실이 배어나는 시이기도 하고, 아름다움이 우러나는 시이기도 하고, 새로움이 넘쳐나는 시이기도 하다.'

도광의 시인이 시집 '하양의 강물'(만인사)을 냈다. 과작(寡作)으로 유명한 그가 '갑골길'(1982년), '그리운 남풍'(2003년)에 이어 꼭 10년 만에 세상에 선보인 세번째 작품집이다.

"미당 서정주 선생님이 평생 쓴 시가 1천여 편은 되지만 시 선집에 올린 시는 146편 밖에 안 됩니다. 저는 아포리즘(어떤 원리나 교훈을 간결하게 표현한 격언)적인 태도가 아니고 일관된 시의 흐름을 유지해 왔어요. 이 때문에 작품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봄에 쓴 작품은 가을에 완성하고, 가을에 쓴 작품은 이듬해 봄에 완성하는 경우도 많아요."

도 시인은 25년째 산에 갈 때마다 동행한다는 그의 '박달나무 지팡이'와 닮았다. 뚜벅뚜벅 걷는 발걸음에 딱딱 장단을 맞추는 나무지팡이. 지난 세월만큼이나 단단하고 윤이 나지만 온기가 남아있는 나무의 감촉과 다르지 않다. 이번 작품집도 시인의 내면에 그림처럼 남아있는 고향의 풍경에 대한 그리움과 변해버린 현실에 슬픔을 느끼는 작품이 유독 많다. "시는 존재의 한 순간, 잊혀지지 않고 잊을 수 없는 그림을 언어로 보여주는 겁니다. 유년의 기억이 배어날 수밖에 없는 거죠."

'종심(從心)'을 넘긴 나이에도 도 시인은 낱말 하나, 문장 한 구절을 쓰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풍경의 경사'라는 작품은 '성냥갑만한 주점도 눈에 띄지만'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수십 번을 고쳐쓰고 고쳐도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았죠. 도리없이 그대로 쓰긴 했지만 나중에 시선집을 낼 땐 꼭 다시 고칠 거예요. 하나의 낱말에도 '금강석'처럼 빛나는 언어가 숨어 있어야 합니다. 그는 "나이도 들고 시를 쓰는 게 하도 몸서리쳐서 시를 더 안 쓰려고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시인은 좋은 시를 쓰든, 못 쓰든 죽을 때까지 만년필을 놓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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