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6월의 대구꽃박람회

막 시작된 6월을 우리 선조들은 '미끈 유월'이라고 했다. 해야 할 일들이 이달에는 유독 많다 보니 정신 차릴 겨를 없이 어느새 지나감을 이르는 말이다.

6월에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연유는 뭘까. 지난달에는 잦은 봄나들이로 마음을 흐렸거나 집 안팎을 세세히 들여다볼 여유가 부족했을 것이다. 내달에는 또 이른 장마에 미리 준비를 해야 마음들이 든든할 것이 아닌가. 그런 준비에 더욱 6월은 바삐 지나갈 것을 염려해 선조들이 전해준 지혜다.

서양에서도 6월은 꽤나 바쁘다. 활력이 넘쳐나는 계절로 꼽는다. 존 스타인벡은 "6월은 모든 가능성을 잉태한 계절"이라며 일감 넘치는 예지를 한 구절로 압축해 전해준다. 특히 이른 6월부터는 나뭇잎이나 풀잎, 온갖 꽃들이 온누리에 가득 피어난다. 나뭇잎이나 풀잎은 신록이라지만 꽃잎은 화사하다 못해 저절로 흥에 겨워 미끄러지듯 내달리는 '미끈 유월'을 더 재촉하는 듯 느껴진다.

흔히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에 꽃을 피운다고 하지만 실은 피운 꽃이 제 기량을 발휘하는 달은 역시 6월이다. 꽃송이며 윤기와 광채가 최고다. 색감이나 태깔은 어떠한가!

이런 꽃의 역량을 기다린 듯 대구꽃박람회가 5일부터 6일간 엑스코 1층 전시장과 로비 및 야외에서 동시에 열린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꽃박람회다. 지난해에는 가을에 열려 가을꽃들이 눈부셨다면 올해는 오뉴월의 꽃들이 모여 '컬러풀 대구'의 맛과 멋을 풍길 것이다. 꽃이라면 그저 점점홍(點點紅)이듯 여기저기 울긋불긋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주제관에는 대구의 이미지를 새긴 조형물이 꽃으로 장식되며 수준급의 꽃꽂이나 화훼장식이 플라워디자인관을 가득 채운다. 실내조경관에는 수생식물과 부작, 수석이 꽃들과 한바탕 어울마당을 연출한다. 여기에 특별관의 장미정원은 시인 마리아 릴케의 시를 떠올리듯 향기와 색감으로 황홀하게 우리를 유혹할 것이며 꽃마술, 버블쇼는 또 꽃들이 못다 한 부분을 맡아 화흥을 돋울 것이다.

이번 꽃박람회는 이렇듯 꽃의 역량들이 한데 모여 꽃으로 인해 우리네 질박한 삶에 한때나마 위안을 얻고, 꽃잎들의 속삭임 속에서 위축된 원기들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말없이 웃어만 주는 꽃, 늘 침묵으로 대신하는 꽃.

많은 이들이 꽃을 두고 열흘을 넘기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열흘 동안 화사함을 빛내기 위해 흘리는 꽃들의 땀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가. 서민의 자유를 열렬히 옹호했던 미국의 수필가이자 시인이며 철학자였던 소로도 "꽃의 매력의 하나는 그에게 있는 아름다운 침묵"이라고 했다.

이번 꽃박람회에서도 힘겹고 고된 사람들이 많이 와 다들 꽃의 아름다운 침묵을 느껴보았으면 한다.

김해숙(다사꽃화훼단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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