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셔틀버스 운행 중단, 애꿏은 시민·환자들만 피해

#31일 땡볕이 최고 기승을 부리던 시각 안동시 운흥동 기차역 옆 도로변. 60, 70대 어르신 서너 명이 길바닥에 주저앉거나 주차 차량에 몸을 기댄 채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안동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청송'영양 지역 주민들이었다. 30여 분이 지나고 1시간이 다 됐지만 셔틀버스는 오지 않았다. "대중교통 업체들이 셔틀버스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어서 셔틀버스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이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비슷한 시각 안동시 용상동 모 아파트 도로변에서는 아기를 안은 젊은 새댁이 택시를 기다리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 새댁은 아이가 갑자기 고열과 구토 증세를 보여 시내 병원을 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20여 분이 지나도록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안동병원 셔틀버스 운행 중단을 요구하면서 택시들이 파업에 들어갔다"고 전하자, 눈물을 흘리며 병원까지 태워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안동지역 개인'법인 택시업체와 시내버스 3사가 안동병원 셔틀버스 운행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와 동시에 파업에 나선 것. 택시는 운행을 전면 중단했으며, 시내버스도 도심 노선을 중심으로 최소 운행에 나서면서 하루 종일 도심 거리는 차량이 없이 한산한 반면 곳곳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과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중교통 관련 업체들은 "안동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하면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바람에 버스와 택시회사는 승객 감소로 수익이 줄어드는 열악한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동병원 측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병원 이용자를 위해 노선을 정해 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적법하다. 대부분 타 지역에서 오는 환자들을 위해 교통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불법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이유가 어찌 됐든 양측의 대립으로 영문 모르는 환자들과 애꿎은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환자와 시민들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고 '이판사판' 맞붙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며 '비난'하고 있다.

병원 측의 셔틀버스 하루 16회 운행이 과연 교통업계가 총파업에 나설 만큼 악영향을 끼치는가? 병원 측은 과연 자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순수하게 병원 이용자들만의 교통 편의를 제공했는가? 양측의 감정싸움이라면 환자와 시민들을 볼모로 한 대립은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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