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우리말이다. 민감한 표현에서는 행간(行間)을 읽어야 한다는 주문을 받기도 한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정치적 발언을 두고도 '암호'를 해독하는 것 같다는 국민이 많다. 대선 주자로 나서겠다는 것인지, 한국정치 발전을 위한 조언자로 남겠다는 것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
안 교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치 참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서부터 부쩍 발언 수위를 높이다가 3월에는 '대선'을 언급했다. 하지만 모든 발언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었고, 한국 정치가 더 나아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앞세웠다. 출마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표현은 모두 '가정법'을 사용하는 특징도 보여주고 있다.
대권 도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그의 화법은 좌고우면(左顧右眄)으로 비칠 수 있다. 지도자로선 부정적 이미지다. 그럼에도 안 교수는 왜 이런 화법을 계속 사용하는 것일까?
정치권에선 세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안 교수 스스로 출마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방문길에서 자신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우려하며 "나는 고민을 할 때 고민이라는 단어를 쓴다. 미리 정해놓고 나서 수순을 밟기 위해 고민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게 내 어법"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의 지인들 역시 "안 교수의 기존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든 본인의 입으로 밝힐 사람"이라며 안 교수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주문했다.
두 번째는 출마를 결심했지만 전략적 차원에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검증 국면이 길어질 경우 '신선한'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본선 득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 전문가들 역시 출마 선언 시기를 7월로 늦추더라도 대중적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전혀 손해 볼 게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2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바 있는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지난 4월 "안 교수는 40%가 넘는 지지율이 있기 때문에 저보다 훨씬 좋은 여건"이라며 "6월 또는 늦으면 7월에 나와도 충분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대선 출마 의지는 접었지만 '사회적 성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정치 쇄신의 밑거름 역할까지는 하겠다는 의중의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도'개혁 성향의 중장년층과 젊은 층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안 교수가 대선 막바지 국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여야의 전향적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출마에 버금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안 교수의 직접적 정치 참여를 '우려'하고 있는 진영이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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