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아라뱃길~부산 하굿둑…3박4일간 694㎞ 사랑의 페달
대구 정화여고 강영수 교사
"제자들이 이번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 믿습니다."
대구 정화여고 3학년 9반 담임을 맡고 있는 강영수(51·영어과) 교사가 제자들의 좋은 입시 결과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자전거를 타고 국토 종주를 마쳐 눈길을 끌고 있다.
강 교사는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인천 아라뱃길을 따라 난 자전거길을 출발, 남한강과 여주보를 지나 부산 하굿둑까지 달렸다. 자전거를 탄 거리만 694㎞, 자전거 안장에서 보낸 시간은 34시간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여행 기간 중 그는 '대구 정화여고 수능 대박 기원'이라 적힌 천을 등에 멘 배낭에 붙인 채 페달을 밟았다.
"제자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과 자전거로 국토를 누벼보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한 거죠. 고3 담임이다 보니 시간을 내기 쉽잖은 게 문제였는데 지난달 25일이 학교 재량 휴업일이고, 28일이 부처님오신날이어서 '이때다' 싶어 자전거를 탔습니다."
여정은 쉽지 않았다. 수도권은 자전거길이 잘 닦여 있었으나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자전거길은 이름뿐, 험난한 코스가 이어졌기 때문. 자전거로 높은 고개를 넘나들 때면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책상 앞에서 땀을 쏟고 있을 제자들을 떠올리며 힘을 냈다. 10여 년째 마라톤을 취미 삼아 즐기고 4년째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해오며 체력을 다져 둔 것도 큰 보탬이 됐다.
자전거 여행 도중 강 교사는 수많은 사람과 마주쳤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상주보 인근에서 정화여고 졸업생 아버지를 만난 일. "딸이 대구교대에 다닌다는데 절 보고 무척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선생님 정성이면 수능 대박 희망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덕담을 건네셔서 더욱 힘이 났습니다."
강 교사는 여행을 하다 낯선 이들과 마주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다. 남한강을 지날 무렵 강 교사는 타이어에 구멍이 나 난감해하는 대학생들을 보고 구멍을 때워줬다. 창녕 남지 인근을 지나다 숙소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을 때는 길을 지나던 할아버지가 자기 집으로 이끈 덕분에 노천에서 밤이슬을 맞는 상황을 면하기도 했다.
강 교사는 별다른 사고 없이 힘든 여행을 무사히 마쳐 올해 남은 기간에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웃었다. "급경사를 내려오다 넘어질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다행히 다친 곳이 없어요. 여행 중 날씨가 궂지 않아 계획한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천운이고요. 모두 좋은 징조가 아닐까요? 제자들도 수능시험을 잘 치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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