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오는 공공기관 돈, 지역은행에 맡기면? <1년 예산만 40조>

[지역사랑, 지역소비] ⑧ 자금외부 유출 막으려면

"50조원이라니, 이자만 해도 얼마야."

대구경북에서 지난 40년간 외지로 빠져나간 자금이다. 본지와 대구경북연구원이 올해 1월을 기준으로 대구경북 자본의 외부 유출액을 산출한 결과다. 5년 전인 2006년 23조5천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곱절 늘어난 액수다.

지역자금의 유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방정부가 재정 권한을 읍소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 사이 역외 자금 유출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제도적 강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앞으로 대구경북으로 이전하게 될 공공기관의 자세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 자금을 관리하는 부서만 서울에 남겨두고 이전하거나 지역 재생산을 염두에 두지 않은 금고 운용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총아인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지역 재투자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역민을 생각지 않는, 사회 환원이 없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공공기관 금고, 지역에서 재사용될 수 있어야

대구경북 혁신도시로 이전이 예정된 공공기관은 총 24곳(동구 팔공이노밸리, 김천 경북드림밸리 각 12곳). 이들 기관의 이전이 반가운 것은 본사 이전 효과, 인구 유입 효과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예산의 지역 유치로 지역 경제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몇몇 거대 공공기관의 예산은 조 단위다. 대구시'경북도의 일반회계액수(13조원)는 물론 대구경북에서 빠져나가는 4대 연금(연간 8조원 추정)보다 많다. 2010년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36조원 규모였던 것에 비교하면 답은 좀 더 명확해진다. 팔공이노밸리로 들어오는 공공기관의 연간 예산은 총 40조원을 넘는다.

장밋빛 청사진이 펼쳐져 있는 것 같지만 일부에서는 이전 공공기관이 시중은행과 거래해온 관행을 쉽게 떨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생각한다면 공공기관의 자금 담당 부서 역시 혁신도시로 함께 내려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기능이 따로 움직인다는 것은 완벽한 모순이며 공공기관 이전의 이유가 없다"며 "공공기관의 지역 재투자는 당연한 이야기며 어떤 식으로든 예산의 지역 예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혁신도시가 아니더라도 이미 대구경북 주요 공공금고는 시중은행들이 특별회계 형태로 갖고 있다. 대구시, 경북도, 대구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 그리고 대구 지역 내 8개 구'군, 경북도내 23개 시'군의 연간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회계금고 35곳 중 지역은행인 대구은행은 11곳을 갖고 있다. 특별회계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284개 특별회계 중 102곳만 대구은행이 갖고 있다. 이웃 일본의 '1현(우리의 '도'와 비슷) 1행'(현에 있는 공공금고를 지역은행이 맡는 것)과 비교할 수 없지만 지역 내 자금 재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점유율이 낮은 게 현실이다.

◆책임 있는 은행, 법제화 나서는 미국

"시민이 낸 돈이 결국 시금고다. 시민은 시금고를 맡고 있는 은행들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은행을 조롱하거나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 사회는 금융의 지역 환원, 나아가 지역 재투자에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국 뉴욕시의회는 뉴욕시와 거래를 하고 싶은 은행에 대해 지역사회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를 상세히 공개할 것을 의무화한 '책임감 있는 은행 법안'(The Responsible Banking Act)을 통과시켰다. 뉴욕시의원 51명 중 44명이 찬성했다.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의회가 은행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아도 은행은 충분히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어도 이 법안은 현실화된다. 뉴욕시의회는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시장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착한 은행'에 대해 우대하겠다는 것이다. 뉴욕시 금고는 약 70억달러, 한화로는 8조원이 넘는 규모다. 지금까지 뉴욕시 금고는 31개 금융회사가 맡아왔다. 선정 기준은 자산건전성 등 대형은행에 유리한 구조였다.

이 법이 시행되면 뉴욕시 금고를 따내려는 은행은 매년 은행 지점 분포도, 소득 수준별 대출 승인 비율, 채무 조정 현황 등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쉽게 말해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저소득층에 금융 지원을 얼마나 해줬는지, 금융거래가 불편한 가난한 동네에 지점을 얼마나 신설했는지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최근의 뉴욕시의회와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금융권의 탐욕에 맞선 월가 점령 시위 이후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피츠버그도 최근 시금고를 유치하려는 은행에 지역재투자 계획을 2년에 한 번씩 제출하도록 법제화하는 등 금융권의 지역사회 환원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LA, 보스턴, 샌디에이고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수준의 법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정부 사업을 시중은행과 무조건 연결시키는 정부의 마인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선진국처럼 지역 발전의 중심축이 될 지역 자금 재순환을 위해서는 지역 재투자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기관명 입지 예산

한국가스공사 신서 24.7

한국장학재단 신서 10.0

한국도로공사 김천 8.3

신용보증기금 신서 4.2

한국전력기술 김천 0.7

교통안전공단 김천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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