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복을 입고 있는 한 남학생이 딱풀을 한 입 베어물고 1분간 우적우적 씹어서 삼킨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끝까지 먹는다. 콧잔등이 빨개진 남학생은 혓바닥을 내보이며 다 먹었다는 '인증'을 했다. (동영상 Ⅰ)
#2. 여학생 두 명이 BB크림과 틴트(입술광택제)를 숟가락에 짜낸 뒤 그대로 삼킨다. 처음에는 머리를 감싸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나중에는 틴트를 찍어 먹으며 여유있게 웃는다. (동영상 Ⅱ)
사이버공간에서 초기에 건전한 놀이문화로 출발했던 '공감놀이'가 최근들어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일탈놀이'로 변질돼 확산되고 있다.
'공감놀이'는 네티즌들이 특정 이용자가 올린 글이나 게시물에 공감하면 '공감' 또는 '추천'을 클릭하고 마땅치 않으면 '반대'나 '비추천'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베스트글'을 정하는 것.
이 같은 '공감놀이'는 처음 시작됐던 6, 7년 전만 하더라도 '갈매기살의 갈매기가 바다갈매기인 줄 알았다', '일찍 일어나는 날일수록 자주 지각한다'는 등 가벼운 유머나 일상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사실을 올려 다른 네티즌과 소통하거나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판'을 중심으로 '공감놀이'가 변질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일부 청소년들이 네티즌들로부터 '공감'을 받기 위해 엽기적인 행동을 하는 동영상이 수천개 올라 있다. 특히'핸드크림(니베아)' '입술광택제(틴트)' 'BB 크림' '담배' '딱풀' 등을 먹는 동영상만 수백 건이다.
일부 10대들은 공감할 내용도 없는 글을 올리고는 공감 개수가 수백에서 수만 개를 넘으면 '화장품을 밥에 비벼 먹겠다' '담배를 먹고 찍어 올리겠다' '대변을 먹겠다'는 등의 엽기적인 약속을 하며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이들이 올린 동영상에 달린 댓글 중에는 '저렇게 다 먹은 후 응급실에 갔다' '두드러기가 났다'는 등의 후유증을 올린 글들이 많다.
이모(15'대구 북구 읍내동) 양은 "얼마 전 장난으로 '공감 8천 개가 넘으면 음식물쓰레기, 틴트, 비비크림, 분필 가루를 먹겠다'는 글을 올리고 약속을 지키느라 다 먹고 구토한 적이 있다"며 "인증하지 않으면 'IP 추적후 휴대폰 번호를 알아내 빨리 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한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네이트판을 관리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 측은 "불법행위 게시물은 삭제할 수 있지만 변질된 공감놀이가 불법은 아닌 데다 게시물 삭제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해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이니 만큼 쉽게 개입할 수 없어서 베스트 순위에 올라가서 노출되는 것만 제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곽호완 교수(심리학과)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타인의 치부를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합쳐져 사이버 공간, SNS에서 가학적인 놀이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관심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내포된 만큼 무관심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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