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성익의 가슴 뛰는 세상] 꿈을 이야기하다, '청년포럼'

프랑스 남부에는 '떼제 공동체'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는 독특하게도 나이 제한이 있는데, 만 30세 이상이 되는 사람은 1년 중 최대 체류 기간이 고작 1주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는 대부분의 참가자 구성원이 10'20대 친구들입니다. 장년층은 많은 원성(?)을 사기도 하는 그런 공동체입니다. 처음에 '왜일까?'라는 의문을 품고 그곳에서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지내는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특별한 치유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약이나 담배를 끊는 등 평소의 비행적 행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합니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가 발견한 일부의 답은 이것이었습니다. '또래 친구들끼리 나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유교 문화권에서만 어른 눈치를 많이 보는 줄 알았었는데 세계 어느 청소년이든 어른 눈치를 보는 건 다 비슷비슷해 보였습니다. 어른들이 없자 자기 또래들끼리 마음 깊이 묻어 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갈등과 방황 그리고 고민 그 모든 걸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토해내는 수준으로 쏟아내는 걸 봤습니다. 저 또한 그중 한 명이었었고요. 그것을 보며, '아! 또래끼리 공감'공유하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주특기인 '일 벌이기' 모드로 돌입했습니다. 우리도 또래들끼리 충분히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떼제 공동체'를 벤치마킹하여 기획하는 팀만 나이를 만 30세까지 제한하고 청중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기본 구조를 설정하고 주변에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수소문한 사람 등등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방황, 고민, 꿈, 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자고 말입니다.

싸~할 줄만 알았던 예상과는 다르게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9개의 팀이 꾸려졌습니다. 19세부터 3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하여 힙합, 예술, 기획, 사회적기업, 연애, 고민, 방황, 여행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한 번은 사전 준비를 위해서 오후 6시에 모였는데 사연과 이야기들은 무한대로 이어지고 모임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오전 6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꼬박 12시간이 흘러간 것입니다.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대구가 보수적이고 조용한 도시가 아니라 이런 장이 너무나 없어서 숨겨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했지 상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던 건 아닐까요?

실질적인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다들 학생 신분이니 자금을 댈 만한 사람도 없고 주변에 후원이나 지원을 받으려니 나이 제한도 있는 마당에 그것 자체가 본 행사의 취지도 맞지 않는 듯하여 포기하고 어떻게든 돈을 쥐어 짜보니 단돈 20만 원으로 모든 경비를 충당해야 했습니다. 나머지는 물론 손으로 발로 어떻게든 감당했습니다.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다며 홍보를 하는 것도 어려웠고, 주변에 일부 부정적 시선도 있었고, 공인된 단체가 아니다 보니 장소 섭외나 물품 대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 생겼습니다. 행사가 취소될 수도 있는 절망적인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알음알음 모으고 발로 뛰다 보니 당일 행사 날은 그리 큰 차질 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 참가한 청중들은 발제자들이 유명한 연사가 아닌 우리 또래의 친구들이라며 반겨주었고, 발제자들도 자신의 꿈을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이야기하면서 용기를 얻었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방명록 등 자료를 보니 대략 당일 100여 명이 참가했던 나름 규모 있는 행사였습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고 제약도 많았지만 '일단 함께 놀아보자!'는 떼제 공동체 정신으로 임했습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고생을 많이 했지만 성황리에 마친 아주 뿌듯한 행사였습니다.

요즘 '대안'이라는 단어를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대안을 누군가가,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만들어 준다면 그것이 진정한 대안일까요? 대안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갈 세대가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박하지만 꿈을 가지고 진정성을 가진 친구들이 스스로 자신의 걸음을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것이 '청년포럼'의 취지입니다.

박성익/네트워크기획 '아울러' 링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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