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항에서는 화력발전소 건설 문제가 큰 이슈다. 남구 장기면 일대에 5천㎿급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할지 여부를 놓고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 간에 공방전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포항시와 중국계 에너지 회사가 나섰다가 시의회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최근 들어 현대건설이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지난해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현대건설과 일부 단체들이 발전소가 건설되면 마치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처럼 홍보 활동을 벌이니 다소 먹혀드는 분위기다. 유치 운동을 벌여온 발전소 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입장은 공감하지만, 화력발전소 건설로 인한 환경 문제만은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태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됐지만, 그렇다고 화력발전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자력발전보다 수십, 수백 배 더 많은 공해 물질을 배출한다. 저널리스트 기니스 크레이븐스는 저서 '원자력, 세상을 구하는 힘'에서 "500㎿급 석탄발전소 하나가 자동차 75만 대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을 대기에 내보낸다"고 썼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포항에서 5천㎿급 화력발전소가 가동될 경우 매년 자동차 750만 대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을 내보내는 것이다.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는 저서 '우리의 선택'에서 "1천㎿급의 경수로 원자로에서 연간 27t의 고준위 폐기물이 배출되지만, 같은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는 40만t의 독성 폐기물을 배출한다"고 했다. 화력발전소는 아무리 작더라도 매년 수십t의 저준위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고, 독성 물질인 수은을 배출해 해조류까지 오염시킨다. 화력발전소가 많은 미국 5대호 주변에서는 주민들의 물고기 섭취를 제한하고, 임산부의 경우 섭취를 완전 금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아무리 친환경 청정 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다지만, 석탄 발전의 생산 공정이 바뀌지 않는 한 오염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염 배출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을 뿐이다. 화력발전에서 청정 발전소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내놓은 계획도 지난해 추진했던 중국계 에너지 회사 계획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논란은 발전소 인근 주민, 포항시민의 의견에 따라 결론나겠지만 환경 문제만은 반드시 짚어야 하고, 그에 따른 대비책도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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