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재성의 미국책읽기] 이념 다른 두 강대국, 서로 존중해야

'중국에 대하여(On China)'

헨리 키신저 저 (2011, 펭귄출판사)

일반적으로 미국 대외정책의 역사를 고립주의와 개입주의의 순환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미국은 사실 어느 순간도 '고립'되어 있지 않았으며 끊임없이 스스로 팽창해 갔다는 주장 역시 강력하다. 건국부터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시기까지의 기간을 고립주의가 지배했던 기간으로 간주하지만, 사실 이 기간에도 미국은 지속적으로 팽창했다. 소위 '대륙팽창'(continental expansion)이다. 루이지애나 매입, 텍사스 병합, 오리건 병합, 알래스카 매입 등을 통해 '명백한 숙명'(manifest destiny)으로 표현되는 '영토제국'의 꿈을 실현한다. 남북전쟁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한 북부 공화당은 1865년 이래 상공업 발전을 통해 국부와 해군력을 강화하고 1898년을 기점으로 '대양 팽창'(overseas expansion)에 나선다. 미국-스페인 전쟁의 승리를 발판으로 미국 자본의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하와이-괌-필리핀으로 이어지는 해상로를 확보한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냉전기간 동안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의 영향력 차단을 위한 봉쇄에 진력한다. 다른 형태의 적극적 개입주의다. 냉전 종식 후 미국은 단극 질서 하의 유일한 패권국으로서, 질서와 평화, 안정적 시장이라는 공공재 공급을 위한 스스로의 책임, 즉 제한적 혹은 선택적 개입주의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지위를 인정하고 포용과 협력을 위해 노력한다고 공언하지만, 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미국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자신들과 상이한 이념과 가치를 가진 강대국과 협력한 경험이 없다. 중국은 세계의 중심(中華)으로서 약소국을 복속시켰을 뿐 어느 강대국과도 대화하거나 협상한 역사적 경험이 없다. 이들 사이의 협력이 가능할까?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안보보좌관이자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가능하며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의도를 명확히 하는 것, 즉 평화로운 경쟁이 가능하며 그것을 원한다는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부상하는 권력'(rising power)이 아닌 '복귀하는 권력'(returning power),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국가'가 아닌 '정상적인 질서로의 복귀를 원하는 국가'로 인식하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미묘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우리로서는 귀 담아 들을 대목이다.

류재성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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