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정애의 신간이 나왔다. 이 책은 무명의 조선 여인이 쓴 내방가사인 '덴동어미화전가'를 소설화한 장편소설.
100여 년 전 어느 봄날, 한 무리의 순흥 여인들이 비봉산에 올랐다. 일 년에 단 하루 허락된 화전 놀음을 하는 날이다. 남의 빨래품에 방아품 팔아 사는 가난한 새댁도, 올해에 못 가면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노인도 일 년에 단 하루뿐인 화전 놀음에 모여 앉아 함께 어울린다.
이날, 양반집 부녀들은 마음 놓고 하루 산천 물색 구경할 수 있어 좋았고, 가난한 여자들은 하루라도 남의 집 눈칫밥 얻어먹을 일 없이 마음 놓고 배 두드릴 수 있어 좋았다. 또 하루라도 몸서리나는 길쌈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
모두가 즐거운 이날, 17세 청상과부 달실댁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혼례 올린 지 삼 년 만에 서방을 여의고 살 의지를 잃은 것이다. 그런 과부댁에게 덴동 어미는 지금껏 살아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귀한 딸로 자라 시집을 갔지만 남편이 단오절 그네에서 떨어져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하루아침에 과부가 된다. 그해 가을 두 번째 시집을 갔지만 씀씀이가 헤픈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마을에 닥친 괴질로 두 번째 남편을 잃고, 발길 닿는 대로 떠돌던 중 우연히 만난 황 도령을 만나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엄청난 비가 쏟아지던 날, 주막에서 홀로 자던 세 번째 남편도 잃고 만다. 엿장수 조 첨지를 만나 귀한 아들까지 얻지만, 엿을 고다가 큰불이 나 네 번째 남편마저 세상을 떠난다.
소설은 액자 소설의 형식을 통해 100년 전 여인들의 다양한 삶을 담아내고 있다. 마음의 상처들을 서로에게 솔직히 이야기함으로써 서로 치유받는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48쪽, 1만1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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