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FC의 과거, 현재, 미래

임치근 전 대구시축구협회장

프로축구가 출범 30년째, 대구FC가 창단 10년째를 맞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 프로축구는 올해 겨우 제한적인 승강제를 도입할 정도로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 대구FC도 마찬가지다. 대구FC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3년 의욕적으로 출범했으나 성적은 물론 선수관리, 조직관리, 마케팅 등에서 실망스런 결과를 낳았다.

희망에 찬 시민공모주로 시작했지만 자본은 잠식상태에 도달했다. 구단 경영자는 임기에 연연, 마케팅 능력을 보이지 못했고 시민들에게 다가서지도 못했다. 구단 사무국은 변화와 조직의 활성화를 외면했다. 사무국에 축구인 출신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2009, 2010년에는 성적마저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해 시민들의 외면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렇게 9년을 보낸 대구FC에 올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10년 이상 단장을 역임한 김재하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부터다. 그는 재창단의 의지로 변화를 꾀했다. 모아시르 감독 등 코칭스태프를 브라질 출신으로 꾸린 것은 모험이었다.

쉽게 내리기 어려운 김 대표이사의 모험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브라질 특유의 조직적이고 기술적인 축구를 접목하면서 모아시르 감독은 14라운드 현재 팀을 7위로 이끌고 있다.

구단 사무국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어왔다. 이제까지 유지 업무만 하는 틀에 박혀 있던 직원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업무 자세로 사무국의 변화를 가져왔다. 조직개편에 따른 업무 효율화로 선수단을 뒷바라지해 경기력 향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하려는 노력도 인상적이다. 유소년축구클리닉, 동호인축구지도, 학교급식봉사 등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활동으로 추진, 시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이것은 관중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FC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함께 올 들어 관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구단에 포함됐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대구시의회 의원들이 수시로 경기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축구인 출신으로 시의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또 지역 기업들이 자동차 경품 릴레이에 동참해 관중을 즐겁게 하고 있는데, 대구FC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라운드에서 온 힘을 다해 뛰는 대구FC 선수들도 칭찬하고 싶다.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신뢰하고 따르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투지를 발휘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렇게 해서 패하더라도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럼에도 대구FC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프로라고 말하기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시급한 것은 안정적 재원 확보다. 기업구단이 연간 150억~200억원 정도 쓰는데, 대구FC의 재정은 80~90억원 정도로 알고 있다. 프로팀의 성적이 구단 재정과 비례하는 만큼 대구시는 아예 조례로 정해 연간 50억원 정도 지원하고, 수익사업에 변화를 주어 구단이 자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로의 필수 요건으로 꼽히는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도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좋겠다. 선수 육성도 중요한 과제다. 대구FC 산하 유소년(12, 15, 18세 이하) 팀이 좀 더 프로팀 소속답게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육성됐으면 좋겠다. 지도자들의 자질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꾸준히 선수들을 육성하고, 일정한 경기력으로 좋은 성적을 내야만 시민들의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축구는 종합예술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대구FC가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선진 시스템 도입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축구단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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