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막걸리

술은 과일이 떨어져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발효돼 만들어졌다고 본다. 아무래도 동물이 먼저 먹었을 것인데, 원숭이는 과일이나 도토리 같은 열매를 씹어 술을 담그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빗댄 것이 무협지나 중국 소설에 심심찮게 등장해 최고의 명주로 손꼽히는 후아주지만 실재하지는 않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코끼리 나무라고 불리는 마룰라 나무가 있다. 열매인 마룰라는 쉽게 발효돼 이 과일을 먹으면 마치 술을 마신 것처럼 취한다고 한다. 그래서 덩치 큰 코끼리부터 기린, 원숭이 등 열매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들이 마룰라를 먹고 휘청거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술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말술을 마다하지 않는 술꾼은 마치 남자다운 호기로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술에 취해서 한 행동은 대개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

동양에서 최고의 술꾼은 아무래도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일 터이다. 두보는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서 이백을 '황제가 불러도 가지 않고, 스스로 주중선이라 한다'(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고 읊었다. 이백은 권주가인 장진주(將進酒)를 비롯해,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하늘에 술별이 없을 것이고,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땅에는 마땅히 술샘이 없을 것이다'(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고 한 월하독작(月下獨酌) 등 술과 관련한 시를 많이 남겼다.

최근 몇 년 사이 막걸리가 대유행이다. 막걸리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탁주(濁酒), 백주(白酒), 농주(農酒), 재주(滓酒), 회주(灰酒), 탁배기, 왕대포, 모주, 젓내기 술 등으로 불렸다. 1960년대에는 식량 자급자족 문제로 정부가 쌀막걸리 제조를 엄격히 금지하면서 밀과 옥수수로 만들었다. 규제가 풀리면서 지역마다 옛 비법을 이용한 다양한 막걸리가 나왔는데 전국적으로는 약 700여 종류가 있다고 한다.

또 비행기 기내에서 캔 막걸리를 제공하고, 각종 공식 회담 때 만찬용 술로도 사용하면서 막걸리의 위상도 높아졌다. 2009년부터는 수출길이 열리면서 지난해 수출액이 5천280만 달러에 이르렀다. 막걸리가 서구 술의 대명사인 와인이나 위스키, 이백과 두보가 즐겨 마셨다는 중국의 펀지우(汾酒)나 마오타이지우(茅台酒)와 함께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술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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