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서 사 간 경북농산물 교통비 붙여 대구에 팔아

[지역사랑, 지역소비] ⑨ 왜 로컬푸드인가

도농 간의 직거래를 통한 로컬푸드는 유통단계를 줄여 생산자는 제 몫을 받고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등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1일 두류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열린 대구경북 농특산물직거래장터를 찾은 시민들이 각 지역 특산물 판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도농 간의 직거래를 통한 로컬푸드는 유통단계를 줄여 생산자는 제 몫을 받고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등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1일 두류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에서 열린 대구경북 농특산물직거래장터를 찾은 시민들이 각 지역 특산물 판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행복한 밥상을 만드는 로컬푸드.'

주부 임영진(36)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본다. 이번 주 임 씨의 장바구니에는 마늘, 도라지, 포도, 오렌지, 고등어, 삼겹살 등이 담겼다. 임 씨가 구입한 마늘과 도라지는 중국산이었다. 포도와 오렌지는 미국산, 고등어는 노르웨이산, 삼겹살은 칠레산이었다. 구입한 물건의 절반가량이 수입산. 수입산 제품들의 이동거리를 계산해보니 마늘과 도라지는 각각 1천㎞, 포도와 오렌지는 각각 1만㎞, 고등어는 8천㎞, 삼겹살은 2만㎞, 장바구니에 담긴 식품들이 총 4만9천㎞, 일주일치 장바구니에 담긴 식료품이 지구 한 바퀴 거리를 넘게 이동해온 셈이다.

얼굴 없는 수입 식품을 대신해 어디서 자랐고 누가 키웠는지 알 수 있는 로컬푸드가 주목받고 있다. 로컬푸드의 개념은 국내산 농식품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권에서 생산된 식품으로 좁아지고 있다. 더 짧은 거리를 이동해 온 식품이 더 경제적이면서 더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대구경북 내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먹자

긴 거리를 여행한 글로벌푸드들이 우리 식탁을 점령했다. 가공식품은 물론 신선식품들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수입산이 부쩍 늘었다.

2010년 1인당 식품수입량은 468㎏. 국민 한 명이 매일 1.3㎏의 수입식품을 먹은 것이다. 10년 전인 2001년 410㎏과 비교해 14% 증가했다.

글로벌 푸드가 밥상을 차지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3가지 정도다. 생산자 특히 소규모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설 자리를 잃었고, 소비자들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늘었다. 또 농산물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로 환경적 문제도 야기됐다.

이런 문제점에서 출발한 것이 '로컬푸드' 운동이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농촌과 도시를 함께 살리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체적으로 지역에서 지역 주체들에 의해 생산, 가공, 유통, 판매되는 농산물과 식품, 음식 등이 로컬푸드에 해당된다.

로컬의 범위를 규정하는 데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많은 국가들이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로컬푸드로 여긴다. 거리뿐 아니라 같은 생활권, 정서적 유대감 등의 요인으로 작용해 대구경북권이 하나의 로컬로 묶일 수 있다.

◆직거래를 통한 로컬푸드 소비

대구 사과, 성주 참외, 청송 고추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지역 농산물의 상당수는 수도권을 거쳤다 다시 지역으로 돌아온다. 성주 참외가 아닌 '성주-가락시장 참외'인 셈이다.

대구 평광동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우원정(57) 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수확한 사과를 칠성시장 등 대구지역 전통시장에 납품했다. 하지만 지금 우 씨가 기른 사과는 대부분 서울 가락시장으로 보내진다. 중간 도매인들이 우 씨의 사과 농장을 찾아 직접 물건을 가져가고 가락시장에서 낙찰받은 가격에 따라 돈을 받는다. 우 씨의 사과는 중간상인들이 낙찰을 받아 다시 대구로 내려오기도 한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성주참외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수도권 지역의 물류센터에서 수집한 참외보다 지역에서 직접 직거래를 통해 구입한 참외가 20%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거래를 이용하면 성주 참외 1.5㎏이 6천500원이었지만 수도권을 거쳐 다시 지역으로 돌아온 참외는 8천500~9천원 수준이었다. 참외 1.5㎏ 당 2천~2천500원의 추가 물류비가 발생한 것이다.

수도권을 거쳤다가 돌아오는 농산물의 경우 생산자, 수집상, 물류센터 혹은 도매시장, 중간도매인, 판매 점포 등 최소 5단계 이상을 거쳐야 하지만 직거래를 하게 되면 생산자, 작업장 혹은 단위농협, 판매 점포로 유통 단계도 크게 줄어든다

◆로컬푸드가 지역에 미치는 효과

도농 간의 직거래를 통한 로컬푸드 운동이 확산되면 앞서 지적한 3가지 문제점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생산자들은 유통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아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수도권으로 가는 물류가 줄어드는 만큼 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지역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도 지역농민들의 수익은 증가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농산물을 공급해 물가 안정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도권에 다녀오며 역외로 유출되는 비용도 막을 수 있다.

더 멀리 내다보면 도농 교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로컬푸드 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촌을 방문해 생산자들을 직접 만나고 농촌 체험을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류진춘 교수는 "로컬푸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 더 나아가면 도시와 농촌의 화합이라는 부수적인 결과도 얻을 수 있다"며 "얼굴 있는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내가 먹는 농산물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누가 키웠는지 관심을 갖게 되고 이는 곧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연결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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