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사이로 바람이 분다. 얇디 얇은 한지는 모여 하나의 줄기를 만들고, 그 줄기가 모여 나무를 이룬다. 미미한 나뭇잎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정경을 사각의 캔버스에 옮겨 놓은 조재임의 작품이다.
"나무가 가득한 숲에서 느끼는 에너지, 그것을 작품에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나뭇잎이 나무를 이루고, 수많은 나무가 숲을 이루면서 응축된 에너지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한지로 만든 나뭇잎을 붙입니다. 아마 한 작품에 수천 장은 붙였을걸요."
작가는 한지에 색을 입히고, 그것을 나뭇잎 모양으로 자르고 핀셋으로 붙이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한다. 얇은 한지는 최소 다섯 겹 이상 겹쳐지면서 미묘하고 아름다운 색과 질감을 보여준다. 작품 하나에 수천 개의 한지 나뭇잎을 붙이고 나면 비로소 숲이 보인다.
"사실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에요. 자연 속에 있지만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사람을 치료해주는 치유력. 제가 숲 속에서 느낀 것을 화폭에 옮긴 것이지요."
조재임의 작품을 통해 자연의 기운을 느낀다. 수천 개의 나뭇잎이 내려앉은 화폭에는 바람이 불고, 별빛이 쏟아진다. 작가는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하나가 되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꺼내놓는 기억과 체험의 풍경'이라고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실로 캔버스 위에 바느질한 작품을 선보인다. 캔버스 위 한땀 한땀 오간 실은 청량한 소리를 연상시킨다. 고요한 이미지의 정적을 깨고 경쾌함을 더한다.
작가에게 바느질은 드로잉이나 마찬가지다. "바느질은 반복에서 오는 재미가 있어요. 바느질을 반복하면 요철이 생기고,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담아냅니다."
작품 앞에 서면 숲 한가운데서 발견한 맑은 계곡물,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문득 바라본 하늘이 떠오른다. 사각의 흰 벽면. 그 평면을 한 폭의 꿈꾸는 시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화가의 힘이다. 조재임의 전시는 7월 7일까지 AA갤러리에서 열린다. 053)768-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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