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퇴 직후 5년 '소득 크레바스' 추락 피해라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 4년 동안 학자금으로 쓰려고 20년 전에 보험에 들었더니 웬걸… 사립대 입학금 내고 나니 딱 맞더라니까. 그만큼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거지."

은퇴 설계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꼬박꼬박 연금 상품에 불입하고 있어도 물가상승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고 투자형 상품에 가입하자니 불안하다. 특히나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로 펀드나 주식이 반 토막 나는 걸 적잖게 봐온 터다.

월급여도, 물려받을 재산도 빤한 소시민들에게 은퇴 설계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은퇴 설계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지출을 줄여 잡는 게 가장 현명한 답이지만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 '연금 3총사'를 적절히 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과 먼 은퇴 인식

은퇴 설계가 왜 필요한지는 은퇴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된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공동으로 '100세 시대 준비지수'를 연구'개발한 결과 희망은퇴소비금액은 월 245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모집단은 은퇴하지 않은 국내 가구주 6천589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44세, 평균 기대수명은 82세라고 답했다. 그러나 기대수명까지 준비된 월 평균 은퇴 후 소득은 155만원 수준이었다. 희망은퇴소비금액 대비 63.2%밖에 준비가 안 된 것이다. 특히 이들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문제가 커진다. 은퇴 후 노후자금 준비 수준은 48.5% 수준으로 더 떨어지고 은퇴 후 월 평균 소득도 119만원으로 떨어지게 된다.

◆은퇴설계부터

전문 은퇴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은퇴 시점에서 노후 대비 자산이 충분한지를 따져보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조언부터 구해야 한다. 은퇴 설계는 은퇴 시 필요자금 액수를 정하는 계산기가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을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은퇴에 대비해 금융상품 1~2가지에 가입했다고 은퇴 설계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지난달 발표된 '피델리티 은퇴백서'에 따르면 국내 베이비부머 10명 중 4명(43.7%)은 국민연금을 포함해 단 한 개의 연금상품에만 가입, 은퇴 이후 최저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평균 58만1천원을 받게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은퇴 직후 5년, 즉 '소득 크레바스'를 가장 염두에 둔다. 국민연금'주택연금 등 각종 연금도 60대 초'중반이나 돼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연금

개인연금은 크게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으로 나뉜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 여부로 쉽게 나눈다. 연금저축은 은행의 연금신탁, 생명보험사의 연금보험, 자산운용사의 연금펀드 등으로 나뉜다. 신탁과 보험은 예금자보호법 적용을 받아 원금보장이 되지만 펀드는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원금보장이 안 된다. 대신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연금저축은 만 5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는 물론 연금저축 가입자가 내야 할 연금소득세(5.5%)를 면제받을 수 있어 연금 수령 시점에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연금보험은 연금 개시 연령이 만 45세라 더 일찍 연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알맞다. 개인연금은 이 때문에 최소 10년은 유지해야 혜택이 있다.

◆퇴직연금

퇴직연금은 직원의 퇴직금 재원을 회사가 적립'운용해 직원이 회사를 그만둘 때 연금이나 일시금 형태로 돌려주는 제도다. 회사가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어 운용하도록 한다. 퇴직연금은 크게 DB형과 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 금액이 사전에 확정된다. 퇴직하기 직전 평균 급여에 근무연수를 감안해 금액이 결정돼 임금상승률이 높은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근로자일수록 유리하다.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선택한 퇴직연금 상품 운용 실적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달라지는 '투자형' 상품이다. 운용에 따른 이익'손실의 책임은 근로자 자신이 진다. 그래서 수익률이 중요하다.

◆주택연금

이미 은퇴했고 다른 자산 없이 집 한 채만 있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생활비를 받다가 부부 모두 사망하면 집이 처분돼 그간 쓴 대출을 갚는 방식이다. 부부 모두 60세 이상이고 시가 9억원 이하의 1가구 1주택을 1년 이상 거주 및 보유하고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에 1.1% 포인트를 더한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61세에 시가 3억원 주택으로 가입한다면 매달 74만원, 5억원 주택이면 124만원, 9억원 주택은 223만원을 종신토록 지급받는다. 연금을 받다가 부부 모두 사망하면 집을 처분해 이미 대출받은 금액을 뺀 나머지는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부족한 부분은 별도로 청구되지 않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연도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비), 자료:통계청

연도 물가상승률 물가지수

2001년 - 100

2002년 2.8% 102.8

2003년 3.5% 106.4

2004년 3.6% 110.2

2005년 2.8% 113.3

2006년 2.2% 115.8

2007년 2.5% 118.7

2008년 4.7% 124.3

2009년 2.8% 127.8

2010년 3.0% 131.6

2011년 4.0% 136.8

※2001년 100원이던 상품을 2011년에는 136.8원을 줘야 살 수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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