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 떼가 나올라 악어 떼 ♬
5살 난 아들 녀석이 요즘 한창 율동을 곁들여 흥얼거리는 노래다. 가만히 듣자하니 약육강식인 동물의 세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사를 벌써부터 배우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진다. '어차피 앞으로 살아야 할 세상은 정글의 세계와 같은 자유경쟁시대이고 고난(악어떼)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일단 기어서라도 가는 것이 장땡이다.' 과장해서 대충 이런 해석을 나름 해보면서 말이다. 노랫말처럼 굶주린 악어떼가 우글거리는 늪지대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진행되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동물의 세계. 그중에서도 악어의 세계는 잔인하고 포악하기로 악명이 드높다. 특히 대장 악어의 경우, 무리의 악어들을 아주 잔인하게 다루는 '이빨 통치'로 유명하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놀다 무리 중 한 놈이 사냥에 성공하면 냉큼 달려가 제일 먼저 식사를 한다. 물론 가장 맛있고 영양가 많은 부위를 맛볼 수 있다. 눈치 없이 먼저 먹이를 탐내는 악어에게는 가차없는 응징을 가한다.
남의 것을 빼앗아 '호의호식'했기 때문에 악어 떼가 아무리 많아도 한눈에 대장 악어가 누군지 알 수 있다. 무리에서 가장 통통하고 덩치가 큰 놈이 십중팔구 대장 악어이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쉰 덕에 큰 덩치를 자랑할 수 있고 적당한 휴식으로 악어의 몸속에 쉽게 쌓이는 젖산을 분해할 수 있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큰 덩치와 '베스트 컨디션'은 잠재적 경쟁자들에 대한 우월한 생존도구가 되고 이 같은 대장 악어가 만든 선구조가 계속 반복된다.
반면, 다른 악어들은 하루 종일 먹잇감을 구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빼앗긴다. 어렵게 사냥을 했더라도 대장 악어에게 고스란히 상납을 해야만 한다. 재수 없는 날에는 사냥에 성공했더라도 썩은 고기로 허기를 채워야만 한다. 덩치를 키우기는커녕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기에도 정신이 없다. 간혹 젊은 수컷 악어들이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해 보지만 '잘 먹고 잘 쉰' 대장 악어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싸움에서 지면 목숨을 잃거나 불구인 채로 평생 무리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 무리를 잔인하게 '이빨 통치'를 하는 대장 악어도 자기보다 덩치가 큰 하마를 만나면 한순간에 순한 양이 되어 버린다. 하마가 관심을 보이거나 다가오면 은근슬쩍 자리를 피하거나 위급하다 싶으면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재빨리 36계 줄행랑을 친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생존전략을 잘 구사한 덕에 대장 악어는 사자 등 타 동물에 비해 집권 기간이 비교적 긴 편이다. 1, 2년 사이에 대장이 바뀌는 타 동물과 달리 대장 악어는 비교적 오랫동안 대장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악어의 세계를 빠르게 닮아 가고 있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물론 잘 먹고 잘사는 대장 악어(고소득층)가 많아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중산층이 붕괴하고 저소득층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데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이 같은 양극화는 소득에 이어 의료'교육'건강 등 사회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과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정치'경제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불리한 처지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은 가만히 앉아서도 자동으로 모든 재화와 인재가 몰린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서울(대장 악어)은 갈수록 살이 찌고 강해지는 반면 대구경북은 허약해지고 있다.
특히 십여 년간 지역내총생산이 전국 꼴찌 수준인 대구경북은 대장 악어(서울)에게 먹잇감을 빼앗기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신공항'과학벨트 등은 공을 들였지만 수도권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구경북이 대장 악어가 되기 위해서는 당장 먹을 것에만 헉헉거려서는 안 된다. 뼈를 키우고 살을 찌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장기간의 먹거리와 엔진이 필요한 셈이다. 때마침 대구경북은 에너지 클러스터 과학벨트'로봇 등 대구경북의 미래 먹거리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부디 대구경북이 살찔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적어도 서울 등에 빼앗기는 일은 없도록 대구경북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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