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좋은생각 행복편지]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얼굴에 미소 머금기,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기, 일과 관련된 말은 가급적 하지 않기…. 이것들이 어디에 적용되는 규칙일까요? 맞선에 임하는 규칙은 아닙니다. 바로 학모 모임에 참석하는 직장맘이 지켜야 할 것들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후 주변 선배 엄마들이 제일 먼저 조언해 준 말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첫 모임은 휴가를 내서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소 짓는 건 그렇다 치고 왜 말을 아껴야 하는지 물으니, 아직도 전업 주부가 대세인 학모 모임에서 아무 말이나 꺼냈다가 실수를 하면 괜한 구설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점은 직장맘뿐만 아니라 모든 엄마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철모르는 사람의 조언도 아니었던 터라 새겨듣고 휴가를 내서 첫 학모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학모 모임에 소홀히 했다가는 아이가 반 친구들 모임에서 소위 '왕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은 적 있었습니다. 그렇게 참석한 첫 모임은 98%의 출석률을 기록했습니다. 어떤 학교 1학년 반모임에는 100%가 참석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모두가 비슷한 마음으로 모임에 나온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첫 아이인 경우는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을 함께 나눴고 미리 경험을 한 선배 엄마들에게는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각자 애써서 아이 이름과 엄마 얼굴을 외웠고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헤어졌습니다.

이후 문화센터나 미술학원에 함께 다니자고 제안해 오는 학모가 있었습니다. 일단은 그렇게라도 해서 아이 친구를 만들어주자 싶어 문화센터 주말반에 등록을 했습니다. 다른 반 아이를 카풀해서 학교에 태워주게 되면서 그 아이의 엄마와도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직장에 돌아와 이 같은 성과를 이야기하니 '잘했다, 그렇게 하면 된다'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이후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두어 차례 학모 모임이 있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가끔 누구누구의 엄마가 함께 식사를 했다더라, 누구누구는 어떤 프로그램을 한다더라 등의 이야기가 들려오기는 했습니다. 예체능 과목 몇 가지는 물론이고 영어, 중국어, 한자까지 교습을 받는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문득 그동안은 아이가 건강하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모습만 봐도 대견했는데 다시 정신을 차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친분 있던 사람들 가운데 학부모들을 하나씩 기억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는 어느 학원을 보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거나, 첫 아이 학모에게서 어렵게 얻은 고급 정보를 나눠주는 거라며 몇 군데 학원을 추천해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학모 모임이고 뭐고 필요 없다면서 공부만 잘하면 다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조부모의 경제력'이 필수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어느 신문에서는 부모의 경제력과 아이들의 영어 수준이 비례한다는 통계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경제력이 없어도 분위기에 맞추려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라는 말인지 뭔지, 도대체 그런 기사를 쓰는 이유가 뭘까요.

아무튼 이제 1학년인데 천천히 생각해야지, 육아는 마라톤과 같으니 멀리 보자고 생각했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추천받은 영어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일명 영유(영어유치원) 출신들이 다닌다는 학원보다는 한 두 단계 낮은 수준의 학원입니다. 1학년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도 벌써 레벨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일단 거기라도 보내놓고 나니 일단 한숨이 놓였습니다.

지난주에는 아이의 친구 엄마와 함께 차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넋두리를 나눴습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살하는 아이들 뉴스가 들려오잖아요. 그런 거 보면 그저 아이가 바른 생각을 갖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죠. 아이들은 사회가 키운다는데 우리 같이 아이들을 잘 키워 봐요.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착하잖아요."

이런저런 말로 서로 위안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음이 한결 편안했습니다. 그날 저녁 한 후배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언니, 둘째 교육 어떡하실 거예요? 요즘 다섯 살 정말 많이들 시키던데 그냥 그렇게 어린이집만 보내실 거예요?" 헉, 요즘 사람들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 걸까요?

임언미/대구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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