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9대 국회 원(院) 구성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 5일 오전 열릴 예정인 국회 개원식이 끝내 불발됐다.
의정 사상 최악의 국회로 꼽힌 18대 국회를 답습하지 말자며 민생 법안을 앞다퉈 제출하는 등 '상생'을 외쳤지만 19대 국회 역시 개원식도 열지 못한 채 장기 공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와 사회 양극화 등 산적한 현안들을 국회가 외면한 채 국회를 '대권 경쟁'의 장으로 전락시켰다는 따가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이달 1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소집요구에 따라 19대 국회 첫 본회의를 5일 오전 10시에 개최한다는 일정을 공고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원포인트' 본회의라도 먼저 열어 19대 전반기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자고 거듭 요구했고, 반면 민주통합당은 원 구성 협상 타결 전에는 본회의에 응할 수 없다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결국 원내 제2당인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이날 열릴 예정인 국회 개원식은 의원 절반만 참가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4일 의원 워크숍에서 "새누리당은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개원식만이라도 하자는데 그렇게 개원해도 식물국회가 된다"며 "우리는 상임위원장 배분이 합의될 때까지 개원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벼랑 끝 전술을 연상시킨다. 의장단 선출은 정상적 개원의 첫 단추"라며, "5일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은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를 넘어 지켜야 할 법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19대 국회도 원 구성 협상 진통으로 개원조차 하지 못하면서 일부에서는 임기 개시 42일 만에 국회의장단을 선출했고 89일 만에 원 구성 협상을 타결지었던 18대 국회의 '지각 개원'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민생 회복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을 휘청거리게 하는 유럽발 경제위기나 골 깊은 사회양극화 등의 해법 마련이 여야의 싸움으로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사무처 한 관계자는 "민생을 외면한다는 따가운 비판 속에서도 새 국회가 시작될 때마다 반복돼온 원 구성 협상 진통이 19대 국회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며 "최악의 18대 국회를 따라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여야가 개원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한심할 지경"이라고 혀를 찼다. 게다가 정치권 일부에서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대권경쟁에만 열을 올리는 탓에 타협과 상생의 묘를 발휘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은 한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18개 국회 상임위 가운데 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정무위, 국토해양위 등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아온 3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하나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법사위원장직을 민주당으로부터 넘겨받아야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주면, 외교통상통일위원회나 국방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야당에 넘기겠다고 제안했지만 당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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