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자율학습 때문에 저녁마저도 학교에서 먹어야 하는 큰아이가 그룹 채팅으로 우리 부부를 불렀다. '뭐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열어본 화면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큰아이의 '초심으로 돌아가시라'는 당부 섞인 멘트와 함께 결혼 직전 찍었던 야외 촬영 앨범의 한 컷이 화면에 떠 있었다.
'대체 이 사진은 언제 저장하고 다녔지?' 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약속하며 서로에게 그윽한 눈빛을 교환하고 있는 사진 속 주인공들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아이가 이런 이벤트를 왜 했을까 싶어 짧게 주고받은 대화였지만 우리 부부가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아침 출근시간 가위, 바위, 보처럼 제각기 다른 모습의 세 아이들과 함께 허겁지겁 집을 나서면서 다소 느긋해 보이는 남편이 괜스레 미워지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 마음을 속이지 못하고 표정이 남편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바람에 우리 부부의 언짢은 표정과 모양새가 아이들을 괜히 신경 쓰이게 했구나 싶어 살짝 얼굴이 달아올랐다.
얼마 전 큰아이의 떨어진 성적 때문에 며칠 동안이나 서운함을 드러냈던 엄마로서 사실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아주 잠깐 동안의 시간 서로에 대한 오해의 악순환을 멈춘다면 문제 뒤에 숨어 있는 무의식적인 신념과 느낌을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처음 사랑하고 결혼서약을 했던 소중한 시간을 마음에 새기고 진정한 가정의 화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갈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당신은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인가요? 밖에서 보여지는 좋은 모습, 집안에서도 보여주세요.' 지난해 공익광고에서 우리들에게 정확하게 한 방 날린 메시지다. 밖에서는 자상하고 마음 좋은 상사이지만, 집안에선 부인을 위한 배려는 없다. 회사에선 살갑게 상사를 대하지만 집안에 돌아온 딸에게 말 한마디 따뜻하게 건네지 않는다. 안과 밖이 다른 사람. 대한민국 모든 가정이 어느 한 대목이라도 공감하지 않을 집이 있겠는가?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없듯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살갑게 대하며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고 대화를 즐긴다면 가정에서 느끼는 행복은 점점 그 깊이가 깊고 견고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서로가 그 정신을 높이고 인격을 완숙시켜 나가다 보면 가정의 행복지수도 높아지는 것이지 처음부터 완전히 행복한 자리에서 시작되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또한 부부 사이에는 말을 아끼고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서로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서 가족은 정서적으로도 더욱 성숙하게 되고, 변화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어 항상 평온하고 기쁨이 넘치며, 즐거운 아이들의 웃음꽃 향기가 집안 가득 퍼질 것이다.
현재의 모습은 또 다른 미래의 과거일 수도 있기에 아름다운 자신의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 미래의 나에게 용기를 줄 수 있도록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지나온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 소중한 기억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고 남은 시간을 서로 사랑하며, 서로 위로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길 바란다. 스스로 물을 만들고 양지를 찾아가지 않으면 추위와 어둠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자연의 법칙이 증명하듯이 작지만 뭔가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그동안 살아왔던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나를 자각하는 것에서 출발해서 자신과 가족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가끔은 사랑과 열정이 있던 시절을 다시 그리워하며 평생을 그렇게 뜨거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오늘, 사랑했던 젊은 시절을 다시 추억할 수 있게 타임머신을 태워준 나의 딸에게 고맙고 이 세상 모든 아내들이 미운 남편들을 웃음으로 대하는 현명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김건이/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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