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사노트… 학교폭력 학생 참회의 눈물

"큰 잘못 했는데도 잘 대해주는 친구들 고마워"…검찰, 새로운 선도방

"제가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큰 잘못을 했어도 여전히 사이좋게 지내주는 친구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학교폭력으로 검찰에 송치됐던 중학생의 감사노트 중 한 대목이다. 이 학생은 지난 2월 송치된 포항 A중학교 학교폭력 사건(본지 2월 22일자 6면 등 보도) 가해자 27명 중 한 명이었다. 이 학생은 지난달 30일 검찰로부터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때 검찰이 내린 조건은 바로 '감사노트 50항목을 작성하라'였다. 기존 반성문 작성 조건부 기소유예 대신 처음 시행해 보는 방안이었다.

처음 감사노트 작성 조건부 기소유예의 아이디어를 냈던 서재희 포항지청 검사는 "기존 반성문은 작성하자마자 기록보관소에 방치되었다. 대신 감사노트를 적고 부모님 앞에서 읽도록 했더니 금세 목소리에 눈물이 묻어나더라"고 말했다.

검찰이 미성년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선도 프로그램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봉사활동'심성치료'감사노트 작성 등을 포함한 새로운 기소유예 방안을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기존부터 시행돼 오던 범죄예방위원 선도, 보호관찰소 봉사활동 교육과 더불어 감사노트 작성, 식물원 원예치료 등을 더한 방식이다.

검찰은 우선 전국 최대 규모의 학교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포항 A중학교 피의자들을 시범대상으로 정하고 감사노트를 작성케 하거나, 결손가정 소년범의 경우 심리치료(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는 등 소년범의 죄질, 가정환경 등에 따라 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A중학교의 경우는 모두 27명의 가해자 학생 중 봉사활동 6명, 심리치료 2명, 범방위원 선도 2명, 감사노트 작성 10명 등 모두 20명이 선도 프로그램 처분을 받았다.

김영대 포항지청장은 "감사노트 작성은 진지한 반성을 유도하는 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제 시작단계라 무수한 시행착오가 있을 테지만 여러 기관이 함께 노력하면 학교폭력 방지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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