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NN 방송도 감탄한 '안개 속 일출'

옥천 용암사

용암사 마애불에서 바라본 전경. CNN Go는 용암사의 매력으로 일출을 지목했다. 용암사 일출은 운무를 만나야 제대로 된 황홀경을 연출한다. 자욱이 깔린 운무를 뚫고 떠오르는 붉은 해를 담기 위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용암사를 찾는다고 한다.
용암사 마애불에서 바라본 전경. CNN Go는 용암사의 매력으로 일출을 지목했다. 용암사 일출은 운무를 만나야 제대로 된 황홀경을 연출한다. 자욱이 깔린 운무를 뚫고 떠오르는 붉은 해를 담기 위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용암사를 찾는다고 한다.
보물 제1388호인 용암사 쌍3층 석탑.
보물 제1388호인 용암사 쌍3층 석탑.
정지용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정지용문학관.
정지용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정지용문학관.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육영수 여사 생가.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육영수 여사 생가.

최근 CNN이 운영하는 웹 사이트인 CNN Go는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명소 50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목록을 보면 경주 불국사, 합천 해인사, 진해 여좌천 벚꽃길, 보성 녹차밭, 설악산 신선대 공룡능선, 성산 일출봉, 순천만, 지리산 천왕봉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망라되어 있다. 하지만 생소한 이름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곳이 옥천 용암사다. 전국의 유명 사찰 이름 정도는 웬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자에게 옥천 용암사는 뜻밖의 이름이었다. 어떤 매력이 있어 불국사'해인사와 같은 반열에 올랐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옥천 용암사로 길을 잡았다.

◆빼어난 전망 자랑하는 천년 고찰

천축(인도)에서 돌아온 의신이 신라 진흥왕 13년(552)에 창건한 용암사는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로 장령산 북쪽 기슭에 있다. 경내에 용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용암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바위를 파괴하는 바람에 그 흔적은 찾기 어렵다. 용암사 창건 이후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임진왜란 때 폐허가 되었다는 설이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상당 기간 사찰의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건물인 대웅전'범종각'천불전'산신각 등은 1980년대 이후 지어진 것들이다.

용암사는 장령산 8부 능선, 전망 좋은 곳에 걸터앉아 있다. 절터가 넓지 않아 위로 층층이 쌓아 올린 듯 당우들이 배치되어 있다. 대웅전과 범종각이 맨 아래 위치해 있고 그 위에 천불전, 천불전 위에 산신각이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천불전~산신각으로 올라갈수록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넓어지고 시원해진다. 산신각에 서면 사찰로 올라오는 길목에 만났던 용암지와 삼청리 들녘, 산허리를 감싸며 돌아가는 경부선 철길이 연출하는 멋스러운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경내에는 천년 고찰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는 석탑과 마애불이 남아 있다. 종무소 옆 돌계단 위에는 4m 크기의 3층 석탑 2개(보물 제1388호)가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나란히 서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탑신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용암사 쌍3층 석탑은 기단 위에 비슷한 크기의 탑신을 쌓아 올린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듯 천년의 세월을 버텨 온 소나무들이 호위하듯 쌍3층 석탑을 둘러싸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마애불(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7호)은 산신각 옆에 있다. 신라의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조성했다는 설이 있는 마애불은 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불상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용암사는 30분이면 구석구석을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볼거리도 많지 않다. 쌍3층 석탑과 마애불,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전망이 전부다.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로 꼽히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CNN Go는 아름다운 명소 50곳에 당당히 용암사를 포함시켰다. 이유가 무엇일까?

CNN Go가 용암사의 매력으로 주목한 것은 용암사 일출이다. 용암사 일출은 운무를 만나야 제대로 된 황홀경을 연출한다. 자욱이 깔린 운무를 뚫고 떠오르는 붉은 해를 담기 위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용암사를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용암사의 진면목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날마다 운무가 끼는 것이 아니어서 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용암사의 매력을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용암사는 새색시를 닮았다. 수줍은 듯 자신의 진면목을 좀처럼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 까닭이다.

◆정지용 생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이동원'박인수가 불러 유명해진 노래 '향수'는 정지용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 생가는 용암사 가는 길에 있다. 경부고속도로 옥천IC를 빠져나와 첫 네거리에서 좌측으로 길을 잡으면 정지용 생가가 나온다.

생가 입구에 도착하면 문학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동네 음식점 담벼락에 정지용 시인의 시가 새겨져 있고 슈퍼마켓 이름에도 '시'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지금의 생가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은 건물과 터를 후손들에게 기증 받아 2010년 옥천군이 복원한 것이다. 당시 폐허가 된 건물에서 발견한 유물은 현재 옥천군이 보관하고 있다. 정지용기념관을 건립하면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생가 옆에는 정지용문학관이 있다. 정지용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1935년 시문학사가 발간한 '정지용 시집'을 비롯해 '백록담'(문장사, 1941), '지용선집'(을유문화사, 1946) 등의 시집과 산문집도 만날 수 있다.

문학관 한쪽에는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들의 이름이 걸려 있다. 청록파 시인 박두진을 비롯해 김광균, 김지하, 정호승, 도종환 등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이름에서 고인이 된 뒤에도 한국 시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지용 시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입장료는 없다.

◆육영수 여사 생가

육영사 여사가 1925년 태어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 살았던 곳으로 정지용 생가에서 불과 6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현재의 생가는 2010년 복원된 것이다. 1918년 육영수 여사의 아버지 육종관은 조선 중'후기 3명의 정승이 살았던 명문고택을 구입한 뒤 개축해 사용했다. 그러나 생가는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1999년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충청북도가 생가터를 도 기념물로 지정한 뒤 고증 작업을 거쳐 복원했다.

육영수 여사의 아버지는 상당한 재력가였다. 이를 반영하듯 생가는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임시 집무실로 사용했던 안채를 비롯해 사랑채'위채'아래채'사당 등 13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석빙고'과수원 등의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또 집에는 자동차 4대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가 있다. 육종관은 자동차가 귀했던 시절(일제강점기~해방 후), 외제승용차와 화물차, 오토바이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생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 기자가 방문한 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생가에는 버스를 타고 단체로 관람을 온 어르신들로 넘쳐났다. 지척에 있는 정지용 생가는 찾는 이가 없어 한산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매주 월요일 문을 열지 않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다.

##Tip

대구에서 용암사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옥천IC~무주'영동 방면~삼청리 방면으로 접어든 뒤 용암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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