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원 늑장 속셈은 박근혜 발목잡기?

상임위원장 배분 기싸움…야, 대세론 흔들기 전략

여야가 5일로 예정됐던 국회 개원식을 열지 못한 배경에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의 기 싸움이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일찍 개원할 필요가 없다'는 야권의 전략적 의도가 더 짙다. 얼마나 더 빼앗느냐, 얼마나 덜 뺏기느냐에 따라 임기 4년이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의장단의 부재는 국격(國格)의 문제로, 여당의 잘못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해석이다. 민주당도 야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로 박병석 의원을 뽑아놓은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18개 상임위의 위원장 배분 문제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10대 8을, 민주당은 9(새누리당)대 8(민주당)대 1(비교섭단체)을 고집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과 별개로 의장단 선출부터 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듣지 않았다. 서두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19대 국회 초반부터 '일하는 국회' '상생 국회' 이미지로 시작할 경우 공(功)은 여당에게 돌아가고, 야권은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의 핵심은 '법제사법위원장'이다. 현재 야당 몫인데 여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한 국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일명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요건을 강화, 의안신속처리제를 포함시켰다.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된 뒤 소관 상임위가 180일이 지나도 법안 심사를 완료하지 않으면 법사위에 자동회부하도록 한 이 제도 때문에 법사위의 위상의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새누리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받는다면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나 국방위원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나 정무위원장, 국토해양위원장 중 하나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들 상임위를 노리는 까닭은 문방위의 경우 종합편성채널 선정 등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공영방송사 파업 사태를 따질 수 있고, 정무위는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나 저축은행 사태를, 국토해양위는 4대강 사업이나 인천공항공사 매각 추진 등을 파헤치겠다는 전략이다. '심판'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장을 확보, 대선 국면에서 여권을 공격하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19대 국회가 '장기 공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친정 체제'로 재편되면서 새누리당의 흠집이 곧바로 박 전 대표의 흠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야당이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기 싸움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일종의 발목잡기란 해석이다. 국회 개원을 질질 끌면서 야권은 다른 실리를 챙길 가능성도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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