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직도 사서 쓰니? 난, 뭐든 빌려 쓴다!

고물가 신풍속 '리스 전성시대'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 패턴이 소유에서 리스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 시작한 가전 렌털 서비스가 갈수록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 제공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 패턴이 소유에서 리스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 시작한 가전 렌털 서비스가 갈수록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 제공

9월 결혼을 앞둔 김모(31'여) 씨. 예비 남편과 논의 끝에 신접살림 대부분을 빌리기로 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내 집 장만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혼수에 들어갈 돈을 아끼기로 한 것. 그는 "요즘은 정수기, 비데를 비롯해 TV, 냉장고, 세탁기는 물론 자동차까지 적은 돈으로 대여할 수 있다"며 "아기가 생기면 유모차도 빌려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리스 전성시대다. 고물가 시대와 맞물려 구매 부담이 크거나 지속관리가 필요한 상품을 빌려 쓰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소유의 종말'을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리스 산업이 자동차, 선박, 중장비 등 고가의 중대형 제품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가정용 및 사무용품은 물론 관리가 필요한 위생용품까지 고객이 필요한 것은 뭐든 다 빌려주는 '맞춤 리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고물가가 낳은 신풍속도"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최근 승용차를 시간 단위로 대여하는 '카 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자동차를 빌려 타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렌터카는 기본적으로 하루 단위로 차를 렌트하지만, 카 셰어링은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홈플러스 카 셰어링 서비스 비용은 최소 1시간부터 30분 단위로 이용할 수 있으며 1시간당 4천980원(준중형차량 주중 요금 기준)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우선 서울 지역 3개 점포에 준준형 차량 2대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수요에 따라 전국적으로 거점 점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국내 판매대수인 10만9천여 대 중 약 2%가 매월 사용료를 지불하는 리스 차량이라고 밝혔고 한국GM은 역시 지난해 렌트카 업체에 판매한 차량 가운데 20%가 리스일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고 했다.

지난 1월 가전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 이마트도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출발 당시 가전에서 렌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0.6%에 불과했지만 현재 그 비중이 30% 정도에 달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당장 필요한 목돈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1인 가구나 노인가구에서 수요가 크다는 게 이마트의 설명.

명품 대여 시장도 커지고 있다.

현재 대구에만 명품 가방 등을 빌려주는 전문매장이 10여 곳에 이를 정도.

고가의 명품을 정가의 3~5% 수준에서 대여해 주는 '명품가방 대여점'이 3년 전 온라인에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생소했던 게 사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관련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 온라인상에서만 40개 업체가 성행 중이다.

중구 대봉동의 한 명품가방 대여점 직원은 "초고가 제품을 사는 대신 3~5%의 값만 지불하고 일정기간 빌려 쓰고자 하는 수요가 폭발적"이라며 "특히 결혼 시즌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가방을 빌려주는 곳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온라인 상에서도 전문 대여몰 40여 곳이 성업 중이다.

하지만 대여 서비스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하고 있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것. 대부분 렌털의 경우 기간을 3년이나 4년 중 택해야 하고, 최소 1년은 써야 한다. 도중에 반환하면 남은 기간 대여료의 절반을 위약금으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휴대전화와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동안 고정된 약정 금액으로 대여 서비스를 할 경우 자칫 높은 금리의 대출금융상품처럼 원금보다 이자를 더 많이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리스 조건과 기간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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