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대형건물들이 금연건물로 지정되면서 건물 앞이 흡연장으로 변하고 있다.
금연건물로 지정되면 실내에 '흡연실'을 만들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건물에서 이를 설치하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비흡연자들은 거리 흡연에 대한 단속을, 흡연자들은 흡연권도 인정해달라며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리 흡연도 막아주세요"
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12층 건물 출입구 앞에는 30여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100여 개의 꽁초가 나뒹굴었고 흡연자들이 뱉은 침으로 지저분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린 채 담배연기를 피해 황급히 사라졌다.
이 건물 학원에 다니는 정효민(23'여) 씨는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담배연기 때문에 숨을 쉬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공무원'경찰'간호'컴퓨터 학원이 모여 있는 이 건물 앞에는 쉬는 시간이 되면 수십여 명의 수강생이 건물 밖으로 몰려나와 담배를 피운다.
건물 맞은편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변재필(60) 씨는 "쉬는 시간에는 수십여 명의 학원생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담배를 피워대 담배 연기가 그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와 문 열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건물 안 흡연이 금지되면서 건물 앞 거리가 흡연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물 주변 상인과 보행자들은 담배연기와 담배꽁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편을 겪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금연건물에는 흡연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중구지역 1천500개의 금연건물 안에 흡연실이 있는 건물은 10여 개에 불과하지만 과태료를 낸 건물은 단 한 곳도 없다.
중구청 관계자는 "건물 안에 흡연구역이 없으면 17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면서도 "자꾸 변하는 법규 때문에 실질적인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흡연권도 인정해주세요"
이날 중구 반월당네거리의 26층 건물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낮 12시 점심시간이 되자 직장인 수십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하루 평균 3천 명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이 건물 안에는 흡연실이 없다. 도심의 대형건물 앞에는 이 같은 풍경이 흔하다.
반월당의 대형건물에 직장이 있는 이모(32'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거리 흡연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을 알지만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금연건물 내에 별도의 흡연실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흡연권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금연건물 내 흡연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관련법 개정으로 오는 12월부터는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금연건물 주인들은 흡연실 설치를 꺼린다는 것.
중구지역 한 금연건물 주인은 "연말이면 흡연실을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건물주들이 굳이 돈을 들여 설치하려 않는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무작정 금연구역이나 법만 만들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흡연자들에게도 숨통을 터주고 단속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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