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사실상 지정되면서 팔공산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받자는 요구가 일고 있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생태적, 문화적 유산을 더 잘 보존할 수 있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제각각 관리하면서 비롯되는 난개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 과정
무등산의 국립공원 지정 추진은 2010년부터 본격화됐다. 10여 년 전부터 국립공원 지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강운태 광주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2012년까지 국립공원 지정을 공약했고, 당선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광주시는 2010년 8월부터 4개월 동안 시민여론을 모았다. 무등산을 접하고 있는 기초단체들과 함께 추진단을 만들고 공청회를 개최하며 시민여론을 결집했다, 또 광주시는 TV토론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국립공원 지정의 정당성을 홍보했다. 광주시의회도 범시도민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힘을 보탰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0년 12월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했다. 환경부는 무등산의 면적(30㎢)이 국립공원으로는 다소 협소하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광주시는 인근 담양군과 화순군 일부를 포함하는 수정안을 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무등산의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용역을 지시했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을 의뢰했다. 현재 용역이 막바지에 단계에 있고, 6월 중순쯤 최종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중간 용역 보고회 등을 통해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결론이 이미 나와 큰 변수가 없는 한 무등산은 올 연말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환경부에 건의하기 전에 시민들의 여론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했고, 시민들의 무등산에 대한 애정이 많아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고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팔공산은 전체 면적이 125.668㎢로 무등산의 4배 규모다. 자연생태계적 가치와 자연경관, 각종 문화재 및 문화적 가치 측면에서 무등산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 전국 어느 국립공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자연생태적 가치를 보면 온대남부와 중부식물대에 걸쳐 1천70여 종의 식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대 규모의 복수초 군락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 복수초 군락지는 국립공원 깃대종(Flagship Species)으로 일컬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평가다.
곤충도 980여 종이 서식하고 있고, 이 중 팔공우리딱정벌레 등 3종은 전 세계에서 팔공산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특산종이다. 22종의 텃새와 20종의 철새, 14종의 포유류도 서식하고 있다. 또 환경부 지정 보호 동물인 까치살모사와 맹꽁이도 살고 있다고 국제적 멸종위급종인 수달도 살고 있다.
자연경관도 빼어나다. 팔공산은 약 6천만 년 전 지각변동과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됐고,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서로 관봉에서 가산까지 20㎞에 걸쳐 있다. 갓바위로 유명한 관봉과, 염불봉, 노적봉, 파계봉 등 수많은 봉우리가 솟아 있고, 폭포골, 수태골, 수숫골, 치산계곡 등 다양한 계곡과 폭포가 즐비하다.
수많은 시민들이 찾는 동화사와 파계사, 부인사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찰들도 적지 않다.
더욱이 팔공산은 각종 설화와 전설, 역사 등을 간직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스토리의 보고'다. 원효대사가 득도한 원효굴이 있고, 김유신과 연계소문의 전설이 서린 시좌굴, 신라 5악의 우두머리로 하늘에 제사 지내던 제천단, 평생에 한 번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갓바위, 거란의 침입을 막고자 했던 초조대장경, 왕건과 견훤이 패권을 다툰 공산전투 등 곳곳에 이야깃거리가 소재하고 있다.
이 같은 자원만으로도 여타 국립공원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장병호 대구등산학교장은 "무등산에 앞서 팔공산이 먼저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해 흐지부지됐다"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민들이 함께 나서면 2년 내에 팔공산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전영권 교수(지리교육학과)는 "수려한 경관과 넓은 면적, 품격 높은 스토리 등을 감안하면 국립공원 지정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며 "대구경북 상생 사업으로 선정해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성장 동력이 팔공산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경북도 손잡아야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통일된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처럼 팔공산을 대구시와 경산시, 영천시, 칠곡군, 군위군 등이 각각 관리하면서 서로 영역을 주장하는 한 국립공원으로 지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경북도는 칠곡 동명에 팔공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를 두고 있고, 대구는 동구에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를 두고 각각 공무원을 파견해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난개발이 진행되고 두 지역에서 유사한 형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등 행정 낭비가 심하다.
경북도가 2010년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경북대에 용역을 의뢰했지만 사유지가 많은데다(약 73%), 대구시와 경북도가 나눠 관리하는 탓에 협의가 더 진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 유야무야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자연자원 보호도 중요하지만 시도 간, 주민 간 공감대 형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태백산과 울릉도'독도가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한 전례가 있다. 특히 팔공산은 큰 사찰이 많고, 이들 사찰이 소유한 땅도 적지 않은 탓에 사찰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순천 대구시의원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시민들의 공감대를 모을 수 있는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시민공청회'를 개최해 여론을 모아야 한다"며 "이를 통해 팔공산의 자연환경과 문화자원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