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보다 더 부드럽고 국수보다 더 쫄깃한 맛!' 국수와 냉면의 맛이 적절하게 조화된 맛이 부산 사람들이 즐기는 '밀면'의 매력이다. 밀가루에다 고구마 전분, 감자 전분을 넣어 면을 만든다. 맛국물은 소 사골과 약초, 채소로 우려내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대구에서는 아직 낯선 음식이긴 하지만, 밀면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요즘부터가 제철이다. 단골인 허남문 한지전문 작가는 "대구 수성구 가천동 '함버지기 즉석 밀면' 본점에 가면 독특한 맛과 푸근한 인상의 주인을 만날 수 있다"고 추천한다.
밀면의 맛은 역시 국물과 적당하게 쫄깃한 면발이 매력이다. 냉면의 맑은 맛국물과 달리 밀면은 새콤달콤한 양념장이 맛국물에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낸다. 적당하게 쫄깃한 면발은 어르신과 어린이들도 먹기 좋다.
밀면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으로 온 이북 사람들이 냉면이 먹고 싶었으나 메밀을 구하기 어려워 밀가루에 고구마'감자 전분을 넣어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부산이 밀면의 본고장이 됐다. '함버지기'란 말에서 푸짐한 음식의 모양이 떠오른다. 상호에 걸맞게 주인 최재구'유명순 씨 부부는 푸근한 인상에다 말솜씨도 구수하다. 밀면은 미리 만들어두지 않고 주문과 함께 즉석에서 만든다. 생면이 뽑혀 나오면서 곧바로 솥 안으로 들어간다. 1분쯤 후 건져내 곧장 찬물에 헹군다. 그 덕분에 쫄깃하고 생생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방에서 즉석 밀면 뽑는 일은 최 씨가 담당한다.
'함버지기 즉석 밀면'은 이름처럼 큼지막한 양푼에 담겨 나온다. 먼저 눈으로 맛 본 후 국물부터 한 모금 쭉 들이켠다. "흠~ 바로 이 맛이야!" 살얼음이 살짝 밴 국물은 감칠맛을 내는 양념과 어울려 가슴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은 미묘한 맛이다. 이 맛의 매력에 빠져 점심시간이면 번호표를 받을 정도로 줄을 선다.
이 집의 단골손님은 요즘 활발한 활동을 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이다. 메트로갤러리 최원기 관장은 "평소 면 요리를 좋아하는데 즉석 밀면이 가장 매력적인 맛을 낸다"며 "비빔밀면의 양념장 맛과 면발의 탄력이 그리워지면 후배 작가들을 대상으로 '번개팅'을 한다"고 말한다. 야경을 화폭에 담아내는 김세한 작가는 "마치 점으로 화폭을 가득 채우듯 밀면의 양념과 맛국물이 어우러져 면발이 입안에서 감동을 부른다"고 표현한다. 한국화를 전공한 이종현 작가는 "밀면은 무지개 같은 맛"이라며 "먹을 때마다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라다운(서양화) 작가는 음식 마니아다. "밀면의 특징은 맛국물의 깊고 깔끔한 맛"이라며 "먹을 때는 감미롭게, 먹고 나면 입안이 깔끔해지는 그 맛을 즐긴다"고 말한다. 서선덕 작가(서양화)도 "밀면의 다양하고 색다른 맛을 즐기려면 오리훈제와 한 잔의 술을 곁들이는 게 좋다"고 평가한다. 한종진(서양화) 작가도 "밀면의 인기는 역시 부드러움과 쫄깃함, 그리고 서민의 정서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한다. 허남문 한지전문 작가는 "밀면은 맛의 느낌이 한지처럼 부드러운데다 색과 멋과 맛이 한데 어울려 환상의 맛을 내는 음식"이라며 "처음 맛본 후부터 밀면의 마니아가 됐다"고 말한다.
현대미술 작가들의 환상적인 맛 평가에 주인 최 씨의 기분이 좋아졌다. 곧바로 오리훈제 한 마리를 선물(?)하며 자리에 합류한다. 최 씨는 함버지기 밀면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면 사리를 추가하면 2천원이지만 처음부터 곱빼기를 주문하면 1천원에 충분한 양으로 드실 수 있다"고 귀띔한다. 즉석 밀면 4천원, 즉석 비빔면 5천원, 즉석 온면(겨울) 4천원, 물만두 4천원, 오리훈제 3만5천원이다. 예약은 053)794-8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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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밀면에 구수한 오리훈제…여름철 절묘한 맛의 궁합
'함버지기 즉석 밀면' 은 오리고기 전문집은 아니다. 하지만 오리고기도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밀면에 오리훈제가 함께하면 절묘한 맛을 낸다. 그래서 밀면의 맛을 즐기러 온 단골손님은 의레 "시원한 밀면! 그리고 오리훈제 추가"라고 외친다.
주인 최재구'유명순 씨 부부는 "밀면과 오리훈제를 함께 주문하시는 분들은 단골손님이라 오리고기의 양을 푸짐하게 내는 것이 우리 집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최 씨 부부는 요즘처럼 한낮에 땀이 나기 시작하는 계절엔 '냉면보다 부드럽고, 국수보다 쫄깃한 시원한 밀면' 한 그릇에다 구수한 오리훈제를 함께 먹으면 "오늘 정말 멋진 식사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덧붙인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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