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개 신종플루

불쌍한 유기견 입양을 결심하고 말티즈(3살) '사랑이'를 키우는 사람이 병원을 찾아왔다. 첫날에 기침을 조금 했지만 식욕이 정상이고 잘 놀고 활력도 정상이어서 목욕을 시킨 후 잠을 재웠다고 한다. 5일째부터 기침이 심해지기 시작해서 병원에 오게 됐다고 했다. '사랑이'의 검사 결과는 개 인플루엔자 키트의 양성반응.

보호자에게 조심스럽게 신종플루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집안의 소독과 '사랑이'와 접촉한 동물들에 대한 감염 유무와 입양을 받은 곳에 소독을 해야 함을 설명했다. 유기견보호소나 사설보호소에서 집단으로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경우 이런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예전부터 속담에 '여름에는 개도 감기에 안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는 감기와는 상관없는 동물이었다. 그러나 2004년 미국, 그리고 2007년 우리나라의 반려견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돼, 이제 이 속담이 사라져야 할 운명이 됐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옮겨진다는 증거는 없지만, 반려견에서는 매우 위험한 질병이 됐다. 닭이나 오리에서는 병원성이 없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개에게 전파된 것이다. 이는 개의 호흡기 질병을 일으키는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변이가 되어 버렸다.

최근의 연구결과 중 2009년 사람의 신종플루 유행 시절, 사람의 신종플루 바이러스(H1N1)와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3N2)가 서로 혼합 감염되어 새로운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3N1)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고양이에서도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있었다. 다행히 이 바이러스는 더 이상 유행되지 않고 없어졌지만, 언제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 간에 돌연변이를 거쳐 대유행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증거들을 볼 수 있다.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대부분 동물병원에 신속한 진단과 예방을 위한 백신이 구비되어 있어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반려견들은 미용이나 산책 혹은 다른 반려동물과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존의 호흡기 질병과는 달리 치료가 되더라도 후유증이 꽤 오래가는 특징이 있다. 반려동물들이 호흡기 증상을 보이면 빨리 동물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최동학 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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