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공포영화 '미확인 동영상' 주연 박보영

귀여운 외모에 드리운 섬뜩함…공포가 더 실감 난대요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는 폐쇄회로(CC)TV로 인한 사생활 노출, 인터넷이나 모바일 세상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마녀사냥'을 주요 공포 소재로 활용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보영은 저주에 걸린 동생(강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니로 나온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픈 욕심이 컸죠. 남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하고 싶었어요. 물론 강별 씨가 맡은 역할에도 욕심이 나긴 했지만요."(웃음)

박보영은 무엇보다 "세희를 연기하는데 감정 수위를 조절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강별의 연기가 살아야 영화가 지루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 김태경 감독의 말에 수긍하며, 끌려가도 되는 부분과 끌어가야 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려 했다. 대부분의 감정을 억누른 그는 마지막에 폭발시켰고 호평을 받았다. 다른 누구보다 제일 먼저 시나리오를 받은 그가 섬뜩한 공포를 실제 경험하는 동생보다 언니 역할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내 감정 억누르다 막판에 폭발…호평 이어져

물론 공포에 휩싸여 내지르는 연기도 힘들지만, 안으로 삭이며 한 번에 폭발시키는 연기도 힘들다. '령'(2004), '므이'(2007)에 이어 세 번째 공포영화를 연출한 김 감독은 "공포 연기는 연기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 같다"며 "강별은 캐릭터에 녹아나는 비명을 잘 내질렀고, 박보영은 공포에 질렸을 때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너무나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칭찬한 바 있다.

박보영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촬영 중 헛것이 보였다"고 했다. 샤워할 때 수증기 때문에 거울에 비친 헛것에 놀랐다는 것.

그는 또 "영화 촬영이 끝난 뒤에는 이틀 정도 거의 잠만 잔 것 같다"며 촬영이 고됐음을 전했다.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겠다고 하니 "몸이 아프거나 하면, (지방에 살고 계신) 부모님을 집에 오시지 못하게 한다"며 웃는다. 홍삼과 인삼 같은 건강식품 등을 항상 챙겨주는 부모님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다.

부모님 얘기에 동생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혼자 보낸 시간이 많은 '고3'이 된 동생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박보영. 언니가 연예인이라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는데도, 언니에게 피해가 갈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착한 동생이란다. 기특한 동생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뭐냐고 물으니 "부모님 몰래 주는 용돈"이라며 웃었다.

많은 여배우들이 공포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무서운 영화를 대부분 못 본다고 했다. 박보영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다들 그 두려움을 어떻게 떨쳐냈는지 궁금하다.

"배우라는 이름 때문이기도 하죠. 일상에서 무서워한다는 이유 때문에 연기하는 것이 좌지우지되지는 않아요. 아무리 무서워도 연기는 할 수 있죠. 운동을 못한다고 와이어 신에서 '못하겠다'고 도망갈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많이 무서워했던 것 때문에 관객들에게 공포가 잘 전달된 것 같아요."(웃음)

'국민 여동생' 칭호에 대한 생각을 빼놓을 수 없다. 박보영은 "정말 감사한 말이지만 '국민 여동생'이라는 칭호가 떠난 지 오래됐다"며 배시시 웃는다. "잠깐이었지만 많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름 앞에 '국민'이라는 칭호가 붙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란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살잖아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기에 적합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죠.(웃음) 계속 그 이미지를 갖고 싶지도, 그렇다고 빨리 벗어나고 싶지도 않아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놔두고 싶죠. '과속스캔들'로 그런 평가를 받는 건 제 인생에 한 번 있을 수 있었던 일 같아요. 특별한 경험이었고, 또 이상한 것이었어요."(웃음)

소속사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다시 비상을 꿈꾼다. 벌써 송중기와 영화 '늑대소년'을 찍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박보영은 "정말 좋은 사람들과 계속해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 진짜 운이 좋은 것 같다"고 좋아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하게 된 시간이 길어져 이제부터는 꾸준히 인사드리려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장르 도전 욕심…코미디가 가장 끌려

"풍선을 타고 올라간 것처럼 제 인지도가 확 올라갔어요. 그러다가 미풍에도 흔들린다는 것을 깨달았죠. 지금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어요. 탄탄히 오래오래 경력을 쌓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멀리 보는 방법도 찾았죠.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를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박보영은 멜로나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19금' 영화가 많은데 노출에 대한 생각도 조심스럽게 물으니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에 대한 욕심은 상당했다. "'과속스캔들' 때는 차태현 오빠와 (왕)석현이가 보여준 게 많았잖아요? 제가 더 웃긴 쪽으로 연기를 해도 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하게 보여드릴 준비가 돼 있거든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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