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조계종 쇄신안,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승려 밤샘 도박 파문 등을 일으킨 불교 조계종이 7일 종단 쇄신안을 발표했다. 가장 핵심적이며 눈에 띄는 부분은 사찰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가 승려는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고 재정 업무는 전문 종무원에게 맡기며 사찰예산회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문화재구역 사찰의 입장료 등 종단 주요 사찰의 재정도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공명선거 실현과 승단의 청정성 회복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돈 선거를 막으려고 교구 본사 주지는 산중총회 전원이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은 후보 중에서 방장이나 조실이 임명토록 하고 선거 비용을 총무원이나 교구 본사에서 부담하는 공영선거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제를 일으킨 승려에 대한 징계법을 제정하거나 승려법의 기존 징계 조항을 개정하고 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에 자정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조계종의 이번 쇄신안은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재정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조계종이 현대적 운영 체계를 갖춘 지 50년이 되는 동안 예산 규모가 1천700배나 커졌지만, 재정 운영의 불투명성으로 말미암아 각종 문제가 불거졌던 현실을 반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거의 공명성과 승단의 청정성을 되살리겠다는 다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쇄신안에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회계 감사의 주체가 빠져 있는 등 구체적 실행 계획이 미흡한 측면도 있다. 자율권이 있는 교구 본사 등이 종단 쇄신안에 반발해 잡음이 일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를 떨치려면 조계종 내부의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단 지도부가 마음을 비우고 스님들의 참회와 자숙을 이끌어 쇄신안을 보완하고 제대로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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