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크로마뇽

1868년 프랑스 남서쪽 레제지라는 마을에 철로가 놓인다. 새로운 역을 짓기 위해 토지 정지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바위 근처에서 완전히 파묻혀 있던 작은 석굴과 석기, 동물 뼈를 발견했다. 이 바위의 이름이 '거대한 구멍'이라는 뜻의 크로마뇽이었다.

최소 1만5천 년 동안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은 생존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는 크로마뇽인의 승리. 현생 인류로 평가받는 크로마뇽인은 빙하기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지은이인 고고인류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은 이 책에서 그 비결로 독특한 적응력과 창조력 등을 꼽았다.

지은이는 가장 혁신적인 크로마뇽인의 발명품으로 귀가 달린 바늘을 내세웠다. 뿔이나 뼈, 상아로 만든 이 작은 도구야말로 불의 사용과 더불어 인류의 위대한 혁신 중 하나라는 것이다. 바늘의 발명으로 크로마뇽인은 여러 겹을 덧댄 옷을 만들 수 있었고 이는 혹독한 빙하 시대를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또 다른 장점은 인지능력과 협동하는 능력, 생각하는 능력이다. 크로마뇽인은 3만 년 전 동굴에 벽화를 그릴 만큼 상징적 기호에 능숙했고, 뼈와 뿔로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 정도로 상상력과 응용력 또한 뛰어났다. 게다가 크로마뇽인은 사냥과 채집, 이주 때 서로 협동했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덩치가 크로마뇽인보다 컸으나 3만 년가량 전에 멸종하면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인구도 적은 데다 사냥 영역이 좁았고 무엇보다 일상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지은이는 크로마뇽인이 그랬듯이 현대인도 혁신 능력과 순발력, 유연함 등을 바탕으로 난관을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405쪽, 1만8천900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