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VS "환경을 해치는 주범이다."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케이블카 설치 논란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대구도 예외는 아니다. 팔공산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 설치 논란은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너머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에 불어 닥친 케이블카 설치 논란을 정리했다.
◆추진 지역
현재 케이블카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은 대구 팔공산 갓바위를 비롯해 국립공원(설악산'지리산'월출산'한려해상)과 울산 신불산, 속초(대포항~속초해변) 등 전국적으로 10여 곳이 넘는다. 팔공산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해묵은 문제다. 갓바위 시설지구에서 갓바위 아래쪽을 연결하는 길이 1.28㎞의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몇 년 전 이슈가 됐지만 2009년 김범일 대구시장이 불교계와 면담을 한 뒤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최근 갓바위 케이블카 유치추진위원회가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국립공원에는 7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올 4월 환경부에 제출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사업 신청 현황을 보면 케이블카 설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립공원은 지리산이다. 지리산에는 4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이 온천지구~KBS중계소 하단 구간(4.3㎞'사업비 320억원), 전북 남원군이 반선지구~중동 하단부 구간(6.6㎞'사업비 421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며 사업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뒤질세라 경남 산청군이 중산관광지~제석봉 구간(5.4㎞'사업비 450억원), 경남 함양군이 백무동~장터목대피소 하단 구간(4.1㎞'240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권금성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는 설악산도 예외는 아니다. 양양군이 오색리에서 관모능선까지 4.71㎞ 구간에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영암 월출산 기체육공원~천황봉 인근 지봉 구간(2㎞'사업비 200억원)과 사천 한려해상국립공원 초양도~각산 구간(2.5㎞'사업비 300억원)에도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논란의 빌미 제공한 정부
최근 들어 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동시 다발적으로 불거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중심엔 정부가 있다. 그동안 케이블카 설치 요구가 많았지만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국립공원의 경우 케이블카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설치 가능한 케이블카 규모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환경보호보다 개발에 힘이 실리면서 2010년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로 제한되어 있던 출발지에서 종점까지 노선 길이가 5㎞로 크게 늘어났고 정류장 높이도 9m에서 15m로 높아지면서 대형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된 것.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높이로 볼 때 타당성이 없었던 케이블카 건설이 현 정권 들어 가능하도록 바뀐 셈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상당수 케이블카 사업이 과거 기준을 적용하면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가 올 초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기준을 마련하면서 케이블카 설치에 불을 지폈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7곳을 대상으로 현장 검증과 민간전문가 위원회의 종합 검토 등을 거쳐 이달 중 시범 사업 대상을 선정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케이블카 건설에 따른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립공원 안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타당한 사업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환경을 보호해야 할 환경부가 앞장서서 환경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쟁점 사항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환경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다.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케이블카 설치로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것은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다. 1970년대 설치된 권금성 케이블카의 한 해 이용객 수는 70여만 명에 이른다. 평일에도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양양군을 비롯해 지리산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케이블카 설치를 바라는 이유가 되고 있다.
또 찬성 측에서는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환경 훼손도 우려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케이블카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산행이 자연을 훼손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는 만큼 케이블카 설치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구례군과 함양군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각각 지리산 노고단에 오르는 성삼재 도로를 차단하고 기존 등산로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환경단체를 비롯해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환경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이며 케이블카 설치로 환경 파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설치 과정에서 환경 훼손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케이블카를 타고 수많은 탐방객이 산 정상에 오르면 자연 생태계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는 "덕유산 케이블카는 주요 봉우리에서 650m 떨어진 곳에 설치되었고 승객들이 정상 쪽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철망으로 막아 두었지만 수포로 돌아가면서 덕유산 정상이 황폐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반대 측에서는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경제활성화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경제성은 없고 오히려 국립공원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해친 대표적인 사례로 1980년 설치된 내장산 케이블카를 들고 있다. 내장산 케이블카는 가을 단풍철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운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내장산 케이블카 관계자는 "가을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이용객이 없어 케이블카를 세워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지리산의 경우 법적인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총장은 "지리산에 추진되는 4개 케이블카 사업은 모두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을 포함하고 있어 원천적으로 케이블카 정류장이 들어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팔공산 갓바위 케이블카 간담회에서도 환경 VS 개발로 대변되는 쟁점 사항이 부딪쳤다. 고상동 영진전문대 국제관광계열 교수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과 사회적 약자, 심신불편자를 위한 교통수단이 마련돼야 하고 케이블카가 골프장, 스키장보다 환경 파괴가 적다. 지역 대학에서 관광분야를 전공한 대학생들의 취업난 해소를 위해서도 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학과 교수는 "팔공산 개발을 위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경제적 이득만을 고려해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난개발이 우려되고 세계적인 명산을 훼손할 수 있다. 팔공산은 역사, 문화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만큼 섣부른 개발이 아닌 '슬로 개발'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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