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처음 만져봐요. 특히 노란 장미는 처음 보는 걸요. 꽃으로 꾸미는 게 너무나 예쁘고 재미있어요. 이 꽃다발 만들어서 엄마 드릴 거예요." 황유진(11) 양의 얼굴에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4일 오전, 대구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노란 장미, 엽란, 스프레이카네이션, 솔리다스터로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처음엔 꽃으로 무언가를 만든다고 들뜬 탓에 교실이 소란스러웠지만 갈수록 아이들은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네이션 한두 송이 더 꽂으면 예쁠 것 같은데, 없어?" "여기 있어. 이거 써." 아이들은 재료를 두고 서로 상의를 해가며 꽃다발 만들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아이들에게 '재미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공부보다 백배 천배 재미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직접 꽃을 만져보니 재미있어요. 이제 꽃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방민지(11) 양은 꽃다발을 만들면서 스스로 교훈을 얻어낸다.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은 조심스럽게 장미 가시를 제거했다. 그리고 카네이션과 장미의 키높이와 비율을 맞춰가며 꽃다발을 완성했다. 커다란 잎 뒤에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노란색 장미와 카네이션으로 꽃다발을 만드는 과정은 흥미로워 보였다.
이번 행사는 '예술체험프로젝트 3일-찾아가는 오감개발 꽃예술 체험마당'의 일환으로 혜인플라워아트스쿨 꿈나무 연구회에서 진행하는 행사다. 아이들이 아름다운 생화와 갖가지 생활 도구들을 이용해 생일 케이크, 액자, 꽃다발 등을 만들어보는 행사다.
페트병과 플라스틱 두부 용기로 꽃을 장식한 정윤성(11) 양은 "폐품에 이렇게 꽃을 꽂으니 신기하다"면서 "필요없는 것도 쓸모 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흰색 핸디코트에 꽃, 조개, 종이 등 다양한 재료로 그려낸 바닷속 풍경은 다채로웠다. 원두커피로 바닷속 자갈을 표현하는가 하면 바닷속 깊은 곳에 그네를 만들어두는 학생도 있었다. 아이들이 표현한 물고기와 문어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물고기 대신 꽃잎이 둥둥 떠다니는 작품도 있다. "바닷속에도 이런 그네가 있으면 어떨까요." "바닷속에 이렇게 물고기들이 둥둥 떠 있지 않을까요. 꽃무늬 물고기라면 참 예쁠 것 같아요." 아이들의 상상력은 꽃과 갖가지 재료를 통해 표출됐다.
꽃을 소재로 만든 작은 액자 속에는 성격까지 나타났다. 정혜인 혜인플라워 아트스쿨 대표는 "성격이 소극적이고 자폐적인 아이는 아예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반면 창의적인 아이는 온갖 재료를 활용하는 등 작은 액자 하나에도 아이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필요 없는 가지와 잎을 가위로 잘라내는 작업을 통해서 분노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손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두뇌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임서영(11) 양은 "장미 가시에 찔리긴 했는데 조심하면 괜찮다"면서 "엄마에게 꽃다발을 드릴 생각을 하니 너무나 기분이 좋다"고 했고 박지우(11) 군은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감탄했다.
교사도 만족도가 높았다. 장수정 대구초교 4학년 2반 담임교사는 처음 해보는 꽃꽂이 교육을 흥미로워했다. "아이들이 꽃을 보고 너무나 좋아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향기와 아름다움에 아이들이 감탄했죠.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꽃을 만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아이들의 일기장에는 저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 가져야겠다', '꽃 하나라도 버리지 말고 사랑해야 겠다'는 내용들이 쓰여 있었다.
아이들에게 꽃을 통해 교육하는 것은 이미 다른 나라에선 오래된 교육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40~50년 전부터 꽃을 통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정혜인 대표는 "일본에서는 유치원에서 4세 아이에게도 꽃 한 송이 꽂게 하고, 마무리 정리까지 하도록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꽃에 대한 정서를 심어줌과 동시에 정리하는 습관까지 길러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을 진행한 꿈나무연구회원 이현주 씨는 "처음에는 꽃을 펼쳐두고 나누어줘도 아이들이 무관심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꽃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빨리 아이들이 친밀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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