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淸日戰爭)
종쩌야 저. (2012, 세계도서출판공사 북경공사)
역사는 거울이다. 현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의 모습을 그려주는 거울이다. 마치 동화 백설공주에서 소품으로 등장하는 나쁜 왕비의 거울처럼 사람의 마음까지도 들추어내는 거울이다. 그리고 가끔은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지금의 시간이 내일의 시간과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잔소리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종쩌야의 '청일전쟁'은 이맘 때쯤 꼭 한 번 보아야 할 거울이다. 왜냐하면 청일전쟁은 지금처럼 여름이 시작되던 시기에 전조가 나타났다. 먹을 것이 귀해지는 보릿고개가 되면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먹을거리를 위해서 전쟁도 불사하게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종쩌야는 청일전쟁의 배경을 소개하는 것에서 책의 서문을 연다. 은둔의 왕국 조선이 가진 매력적이고 신비한 자연환경, 주변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전략적인 위치, 통치 엘리트의 유약함과 부정부패, 그리고 내부혼란을 전쟁의 주요 배경으로 들었다. 한마디로 아주 매력적인 조선반도가 자위능력을 상실한 사냥감으로 전락하여 국제 승냥이들에게 노출되고 있었다는 말이다.
내용은 전쟁의 기승전결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지만 요지는 하나이다. 민의(民意)이다. 전쟁의 시작도 민의이고, 전쟁의 결과도 민의이다. 우선 저자는 민의를 무시한 조선 조정의 무책임을 전쟁 원인으로 꼽는다.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유학자들의 목숨을 건 상소가 우이독경이 되자 결국 동학농민군이 궐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학군의 기치가 배척양왜(排斥洋倭), 탐관오리 척결, 민생회복인 것은 그 때문이다.
또 하나의 전쟁 원인으로는 제국주의 일본의 치밀한 계산을 든다. 청일전쟁은 양국의 공식적인 선전포고가 있었던 1894년 8월 1일에 개시되었지만 당시 일본은 전쟁 개시 전인 7월 23일에 미리 조선 황궁을 점령하고 조선정부를 일본의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결국 청일전쟁은 시작하기 전부터 청일전쟁이 아니라 청과 일본-조선의 전쟁이었고, 청이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청은 자희태후의 후원 개축으로 국고를 탕진하면서 민심을 잃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일본에 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한다.
긴 서술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논지는 한 가지다. 민의와 이반된 권력은 정통성을 가질 수 없다. 이 때문에 청일전쟁은 중국 대 일본의 전쟁이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와 청조 황가의 전쟁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패전의 책임은 한족 중국이 아니라 무능한 만주족 정부였던 청 황조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청일전쟁을 통해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한족 중심의 자존심,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참모습인지 모른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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