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항시내에는 같은 문구의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이병석 의원의 국회 부의장 당선을 축하합니다'는 내용이다. 시민들로선 자신이 뽑아준 국회의원이 국회 부의장에 취임하게 됐으니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의장'부의장이 되려면 선수(選數)가 가장 중요한데 이병석 의원(새누리당'포항북)은 지역구에서 내리 4차례나 선택을 받았기에 이 같은 영예를 얻은 것이다.
사실 국회 부의장은 그리 실권이 있는 자리가 아니다. 다른 회의체와는 달리 의장을 보좌하거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고, 의장이 없을 때에만 그 직무를 대신하는 자리다. 그렇다고 국회를 대표하는 자리라고 하기도 어렵다. 위로는 의장이 있고 옆으로는 야당 몫의 부의장 한 명이 더 있다. 다선 의원을 배려하기 위한 명예직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만, 과거에는 여당 부의장은 날치기에 총대를 메는 자리여서 여간 고달프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90년대 초반에는 국회에서 날치기가 횡행했는데 여당 출신 부의장의 역할이 무척 컸다. 의장이 야당 의원들에게 가로막혀 방망이를 들기 어려울 때에는 여당 부의장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1994년 민정당의 날치기 예산안 처리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춘구 부의장이 본회의장 2층 지방기자실에 몰래 올라가 무선 마이크로 사회를 보면서 예산안 등 42개 법안을 가결 처리했던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다. 이제는 이런 얘기가 모두 추억일 뿐이다. 국회와 국민들에게 날치기 같은 변칙 처리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병석 의원이 부의장에 당선된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지난 17대 하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상득 전 의원이 포항을 떠나고 난 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실세 중의 실세이자 옆 지역구였던 이상득 전 의원의 핑계를 댈 수 있었고 그 뒤에 숨어 있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런 모습이 일부 보였기에 포항에서 큰 인기가 없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됐으니 시민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야말로 그의 정치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이다. 부의장이 됐다고 마냥 축하할 수만은 없다. 이 의원의 분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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